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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 아메리카

2023-08-03 (목)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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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11월 대선 결과 발표 이틀 뒤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미국을 구하라)’라는 이름의 위원회를 설립해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했다. 정치활동위원회(PAC) 조직 형태를 취한 세이브 아메리카는 2024년 대선 재도전을 위한 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치자금 모집 창구였다. 대선 패배가 확정되자마자 대권 재도전에 시동을 걸 만큼 마음이 조급했던 모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올해 2분기에만 세이브 아메리카와 대선 캠프를 통해 모은 돈은 3,500만 달러나 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그가 큰 격차로 선두를 달리면서 모금도 순조롭다. 하지만 세이브 아메리카의 올해 상반기 법률 비용이 4,000만 달러를 넘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이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선 캠페인에 써야할 자금의 대부분이 소송비용으로 나가는 본말전도의 현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는 2016년 대선 직전 성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성관계를 폭로하지 말라며 회삿돈으로 입막음을 하고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3월 뉴욕주 검찰에 기소됐다. 연방검찰은 트럼프를 6월 대통령 재임 중 취득한 국가기밀 문건을 퇴임 이후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1·6 의회 난입 사태 및 대선 전복 시도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가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치권도 야당 유력 대권 주자의 사법 리스크로 시끌벅적하다. 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8월에는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의혹 사건에 휘말려 당에 부담을 주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는 점에서 이 대표와 트럼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볼썽사나운 일에서는 한국이 미국을 닮을 필요가 없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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