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가 에세이 - 보수와 진보

2023-07-21 (금)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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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폐기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대한민국은 다시금 보수와 진보간의 진영싸움에 휘말려 들었다. 보수세력은 과학적 근거를 대며 정화된 오염수가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고 일본정부 변론에 열을 올린다.

일본이 미개하고 낙후된 한국을 근대화시켜 오늘의 영광을 누리는 것이라는 골수부터 친일적인 사고에서 나온 발상이다. 대한민국의 보수가 극우이고 그 뿌리가 친일파라는 증거다. 보수가 곧 친일이고 친일파가 기득권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보수와 진보간의 갈등과 반목의 투쟁사이다. 그만큼 보수와 진보 사이의 정치적 이념은 늘 극단을 달렸다. 화해와 타협이 아닌 상대진영에 대한 색깔 논쟁으로 번지며 건전한 토론의 장과 거리가 멀어져 갔다.


이것은 단순히 정치적 성향을 떠나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며 국민의식과 사고방식마저 획일화시켜 왔다. 나와 다른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뿐더러 상대진영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넘어 혐오시하고 적대적으로 일관해 왔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식민지 잔재임을 알 수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한반도를 휩쓴 공산주의 이념은 해방 후 공산국가 건설이라는 사회주의 이념을 팽배시켰다. 그러나 소련을 등에 업은 공산국가를 저지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설이었다.

독립운동에 헌신한 김구와 여운형을 중심으로 건준이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자 불안해진 이승만은 미군정을 등에 업고 친일파들과 결탁하여 대한민국정부 수립에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김구와 여운형은 암살됐고 반민특위를 추진하던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공산주의자로 몰려 정치생명이 끝났을 뿐 아니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더이상 친일청산은 언급되지 않는 불행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반면 청산대상이었던 친일파들이 대거 관료와 경찰, 군인, 교육자들로 기득권에 복귀하자 자신들의 과오를 덮는 방편으로 대한민국을 반공의식으로 철저하게 무장시켰다.

이승만이 정부를 출범시킬 당시 부르짖었던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친일 기득권을 장악한 친일파들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농단하는데 앞장서게 한 것이다. 이들은 해방후 친일파에서 미군정에 줄을 선 친미파가 되었고 다시 이승만독재정권에 기생하여 성장한 극우보수세력이 되어 마침내 현재의 대한민국을 검찰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반면 김구와 여운형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자주 독립국가를 향한 깨어있는 시민의식은 역사의 진보와 대한민국의 발전이라는 민주의식으로 성장해 왔다. 어떠한 개인적 희생을 치르더라도 조국의 독립을 갈망하는 3.1운동으로 불처럼 시작된 것이다. 그후 4.19, 5.18, 6.10 항쟁을 거치며 다시 촛불시위로 더욱 단단해졌다.

현재 대한민국은 그동안 민주시민들이 피흘려 쌓아올린 민주주의 제도와 성과들이 모두 무너지고 과거의 독재정권으로 회귀하고 있다. 친일 기득권들이 드러내 놓고 친일을 찬양하며 일본 극우보다 더한 망발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진보세력과 시민들을 빛바랜 좌파 논쟁으로 몰아붙이면서 북한을 주적으로 삼아 전쟁을 불사한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친일청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시작부터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고 내일의 비젼을 창출하는 일은 친일의 망령 속에서 성장한 보수 기득권들에 대한 대대적인 청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해방후 78년이 흐른 대한민국에 친일의 흔적은 사회 각계 각층에 암초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것들을 거둬내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
친일청산이 먼저 되어야 언론개혁, 검찰개혁, 사학개혁, 재벌개혁도 제대로 될 수 있다. 그러한 개혁의 성과 위에서 한반도 평화통일도 가능한 것이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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