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망대 - 이젠 ‘묻고 또 물어야’ 할 때

2023-07-20 (목)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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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1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스쿠터를 타고 퀸즈와 브루클린을 오가며, 6곳에서 행인과 상점을 향해 총을 난사하여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한지 불과 사흘만에, 브롱스 세인트 제임스 공원에서 스쿠터를 탄 두 명의 용의자가 복면을 쓴 채 쉬고 있던 시민들에게 무차별로 5발을 쏴 4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이번 두 차례의 총격은 지난 6일 에드워드 카반 NYPD 신임 국장대행이 기자회견에서 올해 상반기 뉴욕시 총격 범죄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25% 감소했다고 발표한지 이틀만에 벌어져 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미국내 총기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미국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미국의 ‘총기폭력 기록보관소 (Gun Violence Archive)‘는 총격으로 4명 이상이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를 ‘대규모 총격사건 (Mass Shooting)’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10년 전부터 이를 세밀하게 조사 분석해 왔다.


GVA에 따르면, 2014년에는 272건이었던 대규모 총격사건이 2019년에는 415건으로 점증하다가, 2020년에는 610건, 2021년에는 690건으로 급증하였다.
작년에 646건으로 약간 꺾였지만, 올해는 지난 7월 15일 기준으로 379건인데 이 추세라면 사상 최악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에서 ‘묻지마’ 총격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거론되는 총기규제의 필요성은 번번이 정치쟁점화 되면서 의미있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안전에 따른 불안과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한 총기 소지의 자유로 인해 다수의 공공안전과 생명권이 계속 위협 받아야 하는지, 미국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와는 별도로,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무작위 살인과 폭행 등의 ‘묻지마 범죄’는 세계 도처에 만연한 공통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면서 커지는 빈부 격차에 대한 분노와 자괴감이 그 책임을 사회에 전가하는 회피적 심리와 작용하여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묻지마’ 심리는 범죄를 저지를 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묻지마’의 원조는 1990년대 등장한 ‘묻지마 관광’이다. 어디로 가는지, 버스 안의 상대가 누구인지 묻지 않고 뒤엉켜 마시고 춤추는 일탈여행을 말한다. 홈샤핑과 인터넷 주문의 활성화로 인한 ‘묻지마 샤핑’도 심각한 수준이고, 탄탄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묻지마 투표’는 정치계의 오랜 고질적 병폐이다.

‘묻지마’는 무관심과 다르지 않고, 타인의 감정은 아랑곳 없이 자기의 욕구에만 집중하는 정신 장애에 가깝다. 이제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려 관심의 끈을 놓치 않고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럴 때가 왔다. 총기가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지, 사람도 물건도 꼼꼼이 따져 선택하고 골라야 한다.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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