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국어는 골방에 들어가서 하라”?...킹 카운티 메트로, 에티오피아 이민자 직원 견책했다가 피소

2023-04-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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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골방에 들어가서 하라”?...킹 카운티 메트로, 에티오피아 이민자 직원 견책했다가 피소
킹 카운티 메트로국의 에티오피아 이민자 출신 직원 두 명이 직장에서 본인들끼리 모국어(앰해릭)를 사용했다가 상사로부터 견책 받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메트로 감독관 리세다 스튜어트는 2021년 5월 앰해릭 말로 대화한 부하직원 대니엘 피세하와 버하네메스칼 게브레셀라시를 불러 “다른 동료직원들이 못 마땅해 한다. 앞으로 앰해릭으로 말하고 싶으면 동료들이 없는 방에 들어가서 하라”고 지시했다.

이들의 진정을 받고 경위를 조사한 평등고용기회국(EEO)은 스튜어트의 언사가 적대적이고 차별적이었다며 마치 에티오피아인 국적이 동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함께 메트로 직원으로 일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뜻으로 말한 것처럼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EO 보고서는 스튜어트와 록이 동료 직원들의 불편한 심기를 배려한 것은 좋지만 피세하와 게브레셀라시를 견책했을 때 이들이 받을 심적 충격은 배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킹 카운티 검찰도 스튜어트가 이들에게 밀실에 들어가 모국어를 말하라고 한 것은 지나쳤다고 시인했다.

이들 두 직원은 EEO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스튜어트와 그녀의 상사인 데니스 록을 상대로 심리적 피해보상과 변호사 비용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킹 카운티 법원에 제기했다. 게브레셀라시는 “우리 모국어는 우리의 DNA이고 우리의 피며 문화이다”라고 주장했다. 카운티 법원은 최근 이 소송을 시애틀지역 연방지법으로 이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0년대 초 시애틀에 이민 온 피세하와 게브레셀라시는 시민권을 취득한 직후인 2008년 메트로에 취업해 버스 운전기사로 약 10년간 일한 후 훈련담당 감독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견책 소문이 퍼진 후 소수민족 직원들은 모국어 사용을 삼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발표된 센서스 데이터에 따르면 시애틀지역의 에티오피아 이민자는 2만2,000여명에 달한다. 2015년 센서스에서는 집에서 앰해릭을 사용하는 사람이 1만4,575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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