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론 - 타고난 재능, 노력, 운명

2023-03-10 (금)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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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을 볼 것 같으면, 타고난 재능, 열성적인 노력, 그리고 좋은 운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열심히 일했기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결코 운명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성공한 사람들은 좋은 운명에다 좋은 재능 그리고 열성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다.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읽었던 것인데, 위나라 조조가 군사를 몰고 와서 오나라를 친다. 이때 오나라 주유가 조조 군대를 물리친다. 주유가 전투에서 크게 이긴다. 싸움이 끝난 후 촉나라 제갈량이 ‘형주’라는 좋은 땅을 차지해버린다.

싸움은 주유가 해서 이겼는데, 좋은 땅은 제갈량이 차지해버린 것이다. 빼앗긴 땅을 차지하려고 주유는 계략을 꾸몄지만, 제갈량의 지략을 이기지 못한다. 주유는 분노한다. 그리고 죽으면서 “이미 주유를 낳았거든 제갈량은 또 왜 낳으셨던가!”하고 크게 탄식한다. 이런 것을 보면, 같은 시대에 자기보다 더 잘난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게 주유의 운명이었다. 제갈량이 있었기에, 주유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양궁선수 안산은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면서 살자”라는 신조를 갖고 있다.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것 좋아하면서 살자”라는 그 말이 참 좋다. 안산(20)은 도쿄 올림픽(2020)에서 금메달을 세 개나 획득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활쏘기를 하면서 자랐던 여인이다.

이제는 한국의 양궁대표선수가 되었으니까, 자기가 좋아서 하는 활을 쏘면서 일생을 살아갈 수 있는 복 받은 사람이 되었다.

첫째는, 활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비단 안산뿐이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활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매일 활을 쏘면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둘째는, 자기가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실력이 쉽게 느는 것은 아니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 재능이 없으면,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실력이 크게 늘지 않는다.

셋째는, 일·이등을 하려면, 그만한 운이 따라야 한다. 다른 선수들이, 시합 때, 자기보다 못해주어야 한다.

수많은 예술가·문학가들, 사업가·과학자들 그리고 운동선수들이 타고난 재능과 노력 그리고 좋은 운명을 갖고 있어도, 이상하게도 어떤 사람은 크게 성공하는가 하면, 대부분은 크게 성공을 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큰 부자는 하늘의 뜻에 달려 있고, 작은 부자는 부지런한 데서 온다”(大富由天 小富由勤)’라는 옛말이 있다. 작은 부자가 되는 것은 누구든지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 그런데 큰 부자는? 인간이 스스로 큰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큰부자는 하늘(운명)이 시켜준다는 것이다.
구약성경에도, 하느님이 왕을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재능이나 운명은 고정되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력과 마음씀씀이에 따라 바뀌어 지는 것이다.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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