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생각 - 노년

2023-03-09 (목)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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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백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3명의 자녀가 있는 46살 가장이다. 자신의 육체를 열여덟살로 되돌리기 위해 30여명의 의사와 관계자들을 채용 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집에 병원처럼 필요한 모든 기구도 갖추었다. 철저한 식이요법, 운동 그리고 동원 할 수 있는 모든 의술과 최신과학과 최상승의 조합으로 마법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모든 기능을 발휘 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의사들과 협력한 결과 폐는 18세, 심장 37세, 피부 28세의 결과는 얻었지만 그 역시도 매순간 변화 될 것이기에…

더 오래 살기 위해 과학과 의술의 힘을 이용해 기대수명의 큰 도약으로 관심 끄는데는 충분한 값을 치렀다. 적어도 10년 후 상황을 세심하게 살펴 볼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지속 하고 결과를 관찰하기에는 시간상 매우 어렵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오래 잘 산다는 것은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데까지의 삶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는가에 주목 할 수 밖에 없다. (Living longer also means enjoying how you get there )
팬데믹으로 인해 오디션 형식이 바뀌었다. 대면 오디션이었던 전과 달리 스스로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오디션 보는 것이 예삿일이 되었다.

노년생활이 활기있고 보람되며 즐거울 수 있도록 노년층에 안락하고 취미생활과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생활현장을 제공한다는 ‘홍보물’ 오디션이 있음을 에이전시에서 이멜로 알려왔다.

머리카락에 회색 스프레이 해도 되느냐는 질문도 겸해서. 촬영 날자와 역활이 맞아 오디션에 임했다. 동영상에서 할 대화 연습하고 얼굴 앞, 옆 앉아 찍고. 서서 찍고, 오디션 동영상을 찍는다. 되든 안되든 그 과정을 즐긴다. 동영상 찍어주는 친지랑 핸드폰 카메라를 높였다 내렸다 가까이했다 멀리 했다를 되풀이하니 웃음바다다.

2분도 안되는 동영상을 수십 번 반복한다. ‘표정이 좀 심각해요’ ‘이번에는 활기를 넣어서 얘기해봐요’ 만족 할만한 동영상이 완성된 시간을 보니 세시간이 걸렸다. 오디션 마감 전까지 보내고 나니 기분이 밝다. 며칠후 ‘YOU ARE BOOKED’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올해 들어 세번째다. 기분이 업 되어 필요한 대화를 암기하고 오나가나 연습한다.

아침7시에 픽업 온 차로 촬영장인 커네티컷으로 향한다. 물안개 뿌연 차창 밖 풍경이 아름다운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머리손질과 메이크업 끝나고 촬영에 임하는데, 전날 의상을 맞추기 위해 맨하탄 갔을 때 만났던 Gaby가 와있다. 알고 보니 촬영총괄을 맡았다. 1주일 후면 둘째 해산예정일인데. 한순간도 앉아있지 않고 일에 임하는 모습 속으로 감탄했다.

한 장면 한 장면 꼼꼼하게 살피고 아이디어를 내고 지시하고, ‘좀 앉아 쉬시죠' 라는 말을 못꺼낼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전문직의 건실함이 느껴졌다.
북클럽, 음악감상, 사진, 요가, 마쟝, 티타임, 명상, 식사 등 몸과 마음을 윤택하게 하는 모든 것이 총동원된 영상 촬영이다.

“제 주위에 경제력과 지적 교양을 두루 갖춘 분들의 은퇴 후 삶이 매우 무료하여 무기력하게 지내는 분들을 보고 소그룹 노년층으로 알차고 보람된 노후를 지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는 취지를 얘기하는 30대후반의 젊은대표, 왠지 참 괜찮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사는 날까지 늘 ’지금 여기’(Here & Now)에 깨어있어 마음이 밝아 행복한 에너지 뿜어내는 노년의 삶. 아름다움이다. ‘줌요가’ 하는 상록회 여러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노년은 소외된 늙음이 아니다. 삶의 선상에서 활발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자연과 더불어 풍족하고 소중한 순간의 인연을 느끼고 보는 것이다.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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