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반일 3.1절과 심리전

2023-03-08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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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올해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연설을 놓고 야당측 공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발언의 내용은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였다. 이에 야당은 ‘매국노 이완용’이니 ‘친일 본색’이 나왔느니 하면서 그야말로 인신공격 수준의 공세를 마구 퍼부었다. ‘

이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반일 감정 이용 세력’이라고 하면서 ‘반일 감정과 혐한을 통해 정치적으로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의 존재에 대해 국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나아가 “어떻게든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세력을 중심으로 뭉쳐 현재의 극심한 안보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대통령의 연설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한국에 일본 피가 흐르는 자손들이 알게 모르게 많고, 대통령의 정견과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특히 조심하라는 선동적 게시물들이 봇물처럼 넘쳐나고 있다.


지금은 일제시대가 2차대전 패망과 함께 끝난지 벌써 반세기가 훌쩍 넘었고, 조선이 망국이 된지 어느덧 백년이 지났다. 사람들이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세계무역을 하고 있는 지금, 일본 하면 마치 백년전 일본 제국주의의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시대 사람들일까. 이들의 논리라면 지금의 독일을 히틀러의 나치 독일제국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지금 인터넷에는 온갖 비정상적인 글들이 마구 퍼지고 있다. 이 의견들이 과연 다 일반 개인들의 생각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인터넷은 피는 보이지 않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현대사회의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과거의 심리전 방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삐라’라는 전단지가 있었다. 이 전단은 ‘들리지 않는 총성’이라고도 할 만큼 위력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삐라같이 경비가 많이 들고 비효율적인 심리전이 필요할까. 인터넷은 돈도 거의 안 드는 좋은 전쟁 수단이다. 그런 곳을 공산당원들이 그냥 둘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심리전 재개 선언은 그야말로 거의 핵폭탄 수준의 도발이다. 삼일절 발언 자체도 중국과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고도의 심리전의 일환이 아닐까.
옛날 북한의 대남공작 방식은 대부분 김일성 찬양이나 북한체제 우상화를 위해 북한 농촌의 행복한 모습을 선전하는 내용의 삐라 보내기였다. 소련은 베트남전 당시 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전 공작을 집요하게 수행했다.

미국의 심리전술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장기간의 세뇌 방법으로 TV나 인터넷을 통해 한 세대에 걸쳐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반복 노출시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중국·러시아의 오랜 동맹에 의해 운용되는 심리전 캠페인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까. 현실적 유일한 대응책은 굳건한 한미일 동맹 강화 밖에 없어 보인다.

남남갈등을 극대화시켜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북한과 중국의 간계가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본인 스스로가 세뇌당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민족끼리를 외쳐오고, 그게 절대적인 선인 것처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민족반역자라는 딱지로 매도하려는 사람들에게 윤 대통령은 반문한다.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안보를 지키는 것이 맞는 정책인지, 굳건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맞는지... 한국사회나 이곳 미국에서도 국제정치의 현실을 무시하고 민족과 자주만이 정답이고 미국이나 주변 기존 동맹국들과의 관계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 이들이 과연 주변 사람들과 자유민주주의라는 명제를 놓고 말할 때 대화가 잘 통하는지 궁금하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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