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생각 - 노추와 무욕

2023-03-03 (금) 오해영/전 뉴욕상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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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백세고래희(忍生白世古來稀)가 정답이 된 바야흐로 초고령화 시대가 도래 했다. 냇물이 흘러 강으로 가듯이 우리네 인생은 돌고 돌아 어느 순간 딱 멈춰지면 빈손으로 달랑 떠나야 하는 삶이 인생이라 하지 않던가.

심여수(心如水)는 같은 물이라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같은 종이도 생선을 싸면 비린내가 나고 국화를 싸면 향내가 난다. 이 독과 비린내는 버리고 우유와 향기가 나는 행복한 삶이 이어지길 우리 꼰대 세대들은 내 인생에 폭풍이 있었기에 평온한 삶의 감사함을 깨닫아야 할 것이다.

지족상락(知足常樂)이라고 만족할 줄 알아야 늘 즐겁다는 뜻으로 인생오계(人生五計)라는 것이 있다.
생계(生計}. 신계(身計). 가계(家計). 노계(老計), 마지막으로 사계(死計).가 있다. 모두 다 전통의 소치(小致)라고 할 수도 있다. 노인이 되면 노욕(老慾)이 앞을 가리고 사리 판단이 흐려지면서 남의 말에 토를 단다. 노인이 가장 걸리기 쉬운 병은 탐욕이라 했다.


아집이 지혜를 대신하고 뇌쇠가 총기(聰氣)를 대신 할 때 노욕은 싹트기 시작한다.
불교는 나이를 먹을수록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법구경’에는 백발은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가 나이를 말한다고 했으며 70에서 80은 늙은 청문이라면 80에서 90은 정진하는 노년기이다.

1975년 뉴욕상록회가 창설됐다. 현재 상록회 조원훈 회장의 역량과 노고 높이 평가 한다.
필자는 뉴욕상록회에서 평이사에서 이사장을 연임해서 4년, 이어서 회장 연임해서 4년 도합 10여년을 봉사했다. 상록회는 노인들이 주축이 되는 봉사단체로 필자는 10여년 동안에 노인들에 대한 삶에 비전을 터득했다.

단순하면서 고집이 세다, 한번 정을 주면 변함이 없다, 남을 쉽게 믿지를 않는다, 젊은 사람으로부터 예우 받기를 바란다, 가족을 너무도 지나칠 정도로 사랑한다, 자신들의 건강에 대해 예민하다, 품격을 중요시한다, 말수가 적어지고 침묵을 즐긴다, 자신의 쇠락해진 육체와 정신을 마음의 양식으로 승화시키는 맑은 정신과 푸른 지혜 그리고 존경을 받는 것이 노인의 자화상이다

요즘 뉴욕한인사회는 노인단체들이 제법 많다. 모두 노인복지사업과 저소득층을 위한 봉사단체다. 그러나 그 봉사단체가 개인의 치부나 명예를 앞세워 언론을 의식하면서 자신의 관리에 치중하는 모습은 시대착오적인 아집이며 노인이라는 기득권으로 대우나 받기위한 ‘포퓰리즘’ 적 쇼맨십의 발상으로 오해 받기 쉽다.

그러나 뉴욕 한인사회는 노추(老醜)로 추(醜)한 모습보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무욕(無慾)과 깔끔한 자기관리로 보기만 해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사람들이 있어 희망적이다.

어떤 단체든 앞에 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봉사 하는 사람,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많이 하면서 협조해주는 사람. 미운소리 우는소리 군소리 하지 않고 남의 일엔 칭찬만 해주는 사람, 이기려 하지 않고 항상 져주는 사람 등 참으로 노년을 훌륭히 보내는 겸화(謙和)와 겸근으로 ‘실사구사’ 하는 본 받아야 할 노인들이 많이 있다.

실과나무에 열리는 실과의 그 감미로운 맛과 향취처럼 우리네 인생 비록 향취는 사라져도 대지 자양에는 작은 부분이지만 우리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서천(西天)에 비친 황홀한 노을빛처럼 곱고 고상하게 늙어가는 일이 우리 노인들의 마지막 할 일이다. 노추(老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나이를 헛되이 먹은, 덜 분화된 인생이다.

<오해영/전 뉴욕상록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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