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생각 - 영사관의 깜깜이 대민행정

2023-02-15 (수)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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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민권자가 무비자로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법무부로부터 ‘반드시’ 전자여행허가서(ETA)를 받아야 한다. ETA는 출국 72시간 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해야 하며 수수료 만원을 내고 한번 허가를 받으면 유효기간이 2년이므로 그 안에 다시 한국을 방문할 경우 ETA를 또다시 신청할 필요가 없다.

이 제도는 2021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이를 알고있는 사람은 여행업계 종사자나 한국여행을 다녀온 사람 등 극히 드문 실정이다. 실제로 ETA를 까맣게 모르고 공항에 나갔다가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해 큰 낭패를 겪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시행한지 1년 반이나 지난 지금까지 이 제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면 정부당국, 특히 영사관의 대민홍보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영사관도 홈페이지나 영사관 민원실 안내게시판 등을 통하여 나름대로 홍보활동을 하기는 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중요한 제도를 한인 시민권자들에게 널리 알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영사관은 신문, 잡지, 방송 등 동원 가능한 모든 한인 매체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상당기간 집중적으로 기사가 나가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필요하다면 신문광고 TV, 라디오 광고 등 유료광고도 대대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홍보 부족과 아울러 또 한가지 지적할 문제는 온라인 신청서 작성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것이다. 신청서 화면을 열면 우선 해당 지역과 국가명을 묻고 수없이 많은 정보이용 동의서 항목과 이용 약관에 일일이 동의하는지 여부를 묻는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항목들인데 왜 굳이 수십번 묻는지 모르겠다.

다음에는 신상정보와 여권기재사항을 입력하고 사진을 업로드 해야한다. 호흡기 질환여부 등 건강정보도 입력해야하고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머물 주소도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사진을 올릴 때 파일 크기가 너무 크면 업로드가 안되므로 이를 줄여서 다시 올려야 하는데 이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젊은이들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나이 든 이민 1세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지난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이상에서 지적한 홍보부족 문제와 지나치게 까다로운 온라인 신청서 작성절차는 마음만 먹으면 곧 개선될 수 있는 사안으로 생각된다. 이런 문제들을 하나 하나 개선 해 나가는 것이 한인사회에 실질적인 도움과 편익을 주는 일이라 생각되어 감히 고언을 드리니 영사관 담당자분들께서는 헤아려주시기 바란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비자 없이 한국에 입국하는 모든 시민권자들은 반드시 한국정부에서 발행하는 전자여행허가서(ETA)를 온라인으로 신청하여 받은 다음 이를 지참하고 공항에 나가야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다. 영주권자는 ETA가 필요없다.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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