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 보청기

2023-02-06 (월) 배군자/우드사이드 독자
크게 작게
나는 목 왼쪽에 커다란 흉터를 갖고 있다. 흉터를 가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 늘 칼러있는 옷을 입거나, 또는 칼러 없는 옷을 입을 때는 스카프로 가리곤 했다.

내 나이 70대에 들어서니 귀가 잘 들리지 않아 40대에 방문 했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이 다음 노년에는 어려서 앓은 중이염 때문에 귀의 고막이 두꺼워져서 귀가 잘 들리지 않을 거라고….

나는 한국에서 월동 준비의 하나인 김장을 끝낸 11월 중순 추운 때에 태어났다. 내가 어렸을 때의 겨울은 참 추웠다. 창호지문은 덧문이 있다 해도 그렇게 보온은 잘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갓난아기는 심한 감기에 걸려서 항생제도 없었던 그시기에 중이염에 걸리고 몇 달 후 그 후유증으로 생긴 고름으로 인하여 목이 붓고, 울고 보채는 나의 상태에 당황한 어머니는 그제야 병원으로 가서 고름 제거를 위해 시쳇말로 쨌다고 한다.


의료 기술이 취약 했던 그 시대에 마취도 없이 생살을 베었으니 수술실 문밖에서 들리는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에 어머니는 몸 둘 바를 모르게 마음이 아프셨다고 한다. 의사도 까르르 우는 아기의 턱 밑 수술 마무리를 잘 할 수 없었을 거다.

노년이 되어 청력의 상실은 일상생활에 막대한 지장은 물론이려니와 때로는 열등감까지 일으켜 준다. 보청기는 안경 낄 때처럼 시원한 맛이 없다. 평범한 안경 값의 이십 배를 지불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원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요즘 내 귀는 안경, 마스크, 보청기, 이것들로 복잡하여 젊을 때 애용 했던 귀걸이 사용은 포기 했다.

그래도 유아 사망률이 많던 시대에 태어났지만 죽지 않고 여태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생각 한다.

<배군자/우드사이드 독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