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아바타2’와 이민자

2023-01-20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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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2 : 물의 길’을 보았다. 인간에서 나비족이 된 제이크 설리(샘 위딩턴 분)와 나비족 여성 네이티리(조 샐다나)는 아이 셋은 낳고 나비족 혼혈 키리를 입양하여 온 가족이 화목한 가운데 평화로운 삶을 이어간다.

그런데 하늘사람(지구인)들이 다시 판도라 행성을 침공하여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고 제이크 설리 가족을 찾아다닌다. 설리네 가족은 다른 나비족의 안전을 위해 멀리 이주한다.

북쪽 해안가로 올라가서 암초족인 멧케이나의 터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워 적응한다. 나무를 타고 오르내리던 습성은 물속에서 오래 잠수하는 법, 수영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살 길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가서 망명을 신청하는 나비족 제이크 설리 가족을 보면서 재미한인들을 떠올렸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앞세워 낯선 미지의 땅을 밟은 이민 1세들, 이 땅에서 먹고 살기 위해 운전을 하고 영어를 배우고 타인종과 화합하며 사는 생존법을 익혀야 했다.

또, 설리의 아이들은 넌 어디에서 왔냐고 왕따 당하고 싸우고 상처받는데 이는 한인 1.5세, 2세들이 연상된다. 둘째 아들 로아크는 친구들에게 왕따 당해 깊은 바다에서 죽을 찰나에 고래들의 왕따 툴쿤(고래를 닮은 해양동물) 파야칸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그 둘은 서로 눈으로 교유하며 친구가 된다.

판도라 원주민 나비족을 보면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s in the Unites States), 아메리칸 인디언 모습이 보인다. 인디언 명언 또는 속담을 살펴보면 ‘자연은 우리의 소중한 한 부분이며 지구 공동체의 한가족이며 동반자’ 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기도하라. 혼자서 자주 기도하라/ 그대가 무엇을 말하건 위대한 신령은 귀를 기울이시니라,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라. 인간이건 동식물이건 그 모든 것에.’

‘ 정상에 오르거든 반드시 뒤를 돌아보고 너의 영혼이 따라오는 지 확인하라. 영혼이 보이지 않거든 잠시 숨을 고르고 차분히 기다려라. 그래야만 스쳐 지나가는 인생의 행복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등등.

오늘날 연방 측에서 공인하는 아메리칸 원주민 부족은 574 종족이며 절반 정도는 각 부족의 자치권이 인정되는 인디언 보호구역이 할당되어 있다. 2010년 센서스 결과 원주민 인구는 293만명~522만 명으로 조사되었다.

16세기 이후 일어난 유럽인의 침입은 인디언의 급격한 인구감소와 문화의 파괴를 초래했다. 영화 ‘아바타2’에서도 나비족으로 다시 태어난 퀴리치 대령과 특공대는 인간소년 스파이더를 앞세워 마을을 불태우고 툴쿤을 마구잡이로 살해한다.


결국 설리네 가족을 발견한 이들은 물의 부족과 대대적인 전쟁을 벌인다. 설리네 가족과 멧케이나족은 사력을 다해 이들을 물리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긴 채 잠시 평화가 찾아온다.

아마도 ‘아바타3’ 에서는 키리와 로아크가 주인공이 되어 부족을 이끌며 다시 하늘사람들과 전쟁을 치를 것이다.
“더이상 도망치지 않겠어. ” 하는 설리의 말처럼 숲의 부족으로 돌아가 더 이상 현실을 도피하지 않고 지구인의 침공을 막아낼 것이다. 툴쿤의 친구 로아크는 새로운 인연들과 더불어 바다에서 살 것이다.

숲과 바다가 모두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한인이민자의 뿌리인 한국이나, 수십년간 이민생활을 한 미국이나, 이민자들에게는 모두 고향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자주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1903년 1월13일 최초의 한인 이민자가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지 120년, 사탕수수 농장 노무자로 일한 품삯을 모아 독립운동 군자금을 보냈던 선조들, 그 후손들이 현재 주류사회 정치, 경제, 문화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민족 사회에서 어울리고 때로 경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액션 모험 판타지 SF장르의 영화로써 가족애, 기후변화, 자연공존 메시지를 강력호소한 ‘아바타2’를 보면서 한인 이민자와 자꾸만 대비되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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