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망대 - 새로 쓰는 ‘토끼와 거북이’

2023-01-11 (수)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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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가 오랜만에 길에서 만났는데, 그 날 따라 거북이는 풀이 죽어 보였다. 토끼가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거북이는 자신은 뭍에만 나오면 걷기 조차 힘들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이에 토끼는 “대신에 너는 물에서는 수영을 잘 하지 않느냐?”며 위로를 했다. 그래도 거북이의 한탄이 이어지자 토끼는 거북이에게 “네가 결코 느리지 않다.”며 달리기 시합을 제안했다.

산을 오르고 강을 건너고 들을 지나는 결코 만만찮은 코스였다. 출발 신호와 함께 토끼는 쏜살같이 달려가 강어귀에 도달해 강을 건너려 했지만, 밤새 쏟아진 폭우로 물이 불어나고 물살이 너무 세서 발을 내디딜 엄두 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강물에 뛰어 들었지만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갈 위기에 처했다. 뒤늦게 강가에 도착한 거북이는 거의 기절 직전에 있던 토끼를 구해 등에 업고 강을 건넜다.


유유히 헤엄을 쳐 강 건너편에 도착한 거북이는 토끼를 흔들어 깨우고는 또 다시 펼쳐진 들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뒤이어 정신을 차린 토끼는 바로 쫓아가 말없이 거북이를 등에 태우고는 길을 달려 마침내 함께 목적지에 도착했다. 토끼와 거북이는 서로 땀을 닦아 주고 물을 건네며 목을 축이고 시원한 그늘 아래 몸을 쉬었다.

토끼가 먼저 자기에게는 익숙한 산길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서 내달린 것이 너무 부끄럽다고 입을 열고는, 강에 빠져 위험에 처한 자신을 내 몰라라 하지 않고 구해 준 거북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에 거북이도 험난한 산길을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음을 고백하고, 토끼를 업고 강을 건널 때와 토끼 등에 업혀 들길을 지나올 때 무척 행복했다며 자신의 감회를 나누었다.

2023년 계묘년 토끼해를 맞아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 이솝우화를 내 나름으로 오늘날의 시대정신인 공정과 정의 및 더불어 사는 삶을 부각하여 재구성해 보았다.

원문에서 이솝은 성실과 근면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이야기를 꾸몄겠지만, 달리기에서 능력 차이가 확연한 토끼와 거북이를 산이라는 토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시합을 벌인 것은 공정하지 못한 설정이었고, 잠자고 있던 토끼를 거북이가 깨우지 않은 채 외면하고 지나침으로써 승리에 집착하고 이기는 데에만 촛점을 맞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새해는 지혜의 상징인 ‘검은 토끼해’라고 한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부문 전반에 걸쳐 어려움이 예상되는 2023년에 서로를 헤아리며 현명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울러 가까이에 어려운 동료나 친지, 이웃이 없는지 살피는 여유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해에 새로 쓴 ‘토끼와 거북이’ 처럼 서로를 배려하고 챙기며, 모두가 승리하여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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