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행복! 2023

2022-12-30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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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토끼해다. 계묘는 욱십간지 중 40번째로 올해는 특히 검은 토끼해라고 한다. 1927년생, 1939년생, 1951년생, 1963년생, 1987년생, 1999년생, 2011년생, 2023년생이 해당된다.

토끼띠는 일반적으로 두뇌가 우수하여 남들보다 한 수 앞을 내다보며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간단히 뛰어넘는다. 또한 착하고 유머러스한 반면 노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재능만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지혜롭고 담력이 강한 토끼 이야기는 ‘별주부전’,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에 잘 나타나 있다.

이야기인즉슨 용왕의 병을 고치려면 토끼의 간이 필요하다, 이에 용궁 구경을 가자는 거북의 말에 깜빡 속아서 바닷속 깊이 끌려갔지만 임기웅변에 강한 토끼는 간을 씻어서 햇볕에 말리려고 널어놓았다고 깜찍한 말로 위기를 모면, 생명을 보존하게 된다. 토끼가 가진 영민함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우리 조상들은 토끼를 꾀 많고 교활한 동물로 인식했다. 토끼는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사는데 신기하게도 굴을 한 개가 아니라 세 개 이상 파는 습성이 있다. 이는 초식동물 토끼의 생존전략이지만 ‘꾀쟁이’ 라는 상징성을 부여한다.

우리는 윤극영의 동요 ‘반달’ 에 나오는 토끼가 달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가사가 참으로 익숙하다. 보름달을 쳐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방아를 찧는 토끼 모양을 찾게도 된다. 옛사람들은 방아 찧는 토끼에 달의 정령이라는 상징과 무병장수, 장생불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세월이 흘러가고 역사가 흘러가고, 새해는 어느새 우리 곁에 와 머물고 있다. 새해에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미중 갈등에 세계 경제는 분열되고 주식 시장은 경기 침체와 기업 수익성 악화로 별로 좋은 전망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치 또한 미국이든 한국이든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고 부동산 시장 버블 붕괴 우려, 세계 경제 불황이 이어질 것인데 우리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역시 코로나 19이다. 새해에도 코로나19는 몸을 수시로 바꾸면서 머물 것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허리케인, 지진까지 극심한 재해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새해라고 해서 갑자기 성공하고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여전히 실업과 부채에 시달리고 열등감과 허탈함에 젖어있을 수 있다. 이 절망의 늪에서 얼마나 높이 올라갈 지는 본인의 노력과 의지에 달려있다. 운 좋게 먼저 올라간 사람이 튼튼한 밧줄이나 손을 내밀어 줄 수도 있다. 우리는 이 밧줄이나 선의의 악수를 희망, 도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새해 일어날 일들을 살펴보자. 2024년에 전세계 주요 선거가 대거 몰려있으며 2023년은 1월 체코, 4월 파라과이, 6월 과테말라,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선거가 있다.

오는 2월24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 3월3일 한국 KBS 창립 50주년, 4월4일 미국영화사 워너 브라더스 창립 100주년, 5월6일 영국 찰스3세 대관식, 6월13일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9월1일 관동대지진 100주년,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건의 희생자 40주기, 9월15일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10월16일 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창립 100주년이다.


당신은 새해가 설레는가? 무언가 계획을 세웠는가? 본인은 새해라고 해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기껏 계획은 세워도 작심삼일(作心三日) 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싶지 않다.

자신은 안 늙을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찾아온 노년을 느낀다 하더라도 나름 주어진 이 새로운 365일을 마음껏 누리자. 한 시인은 ‘ 나이가 들면 날이 참 길기도 하고 날이 참 빠르기도 하다’고 했다. 모쪼록 몸이 가벼운 토끼처럼 뛰어다니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건강과 밝은 에너지를 주위에 선사하는 나날이 되기를 바란다.

새해는 ‘행복 2023’이라 하자. 2023년 12월31일, 올해 정말 잘 살았다, 행복했다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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