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백년계획

2022-12-29 (목) 김길홍/원로목사
크게 작게
목회를 할 때다. 한번은 한 미국인 침례 교회에서 전화가 왔다. 갑자기 쓰던 장소에서 쫓겨나 예배를 드릴 장소가 없어 우리 교회를 사용하고 싶단다. 그럴 경우 대개 요구조건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조건 들어오라 담임 목사의 직권으로 허락했다. (예배드릴 장소가 없다는 데 무슨 조건이 필요 한 가? )

그 교회 대표들과 만나 교회 사용 문제가 나왔다. 그리고 언제까지 사용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이런 경우 보통 길면 10년을 제안 한다. 조건이 까탈스럽다. 그런데 나는 100년을 제안 했다. 그리고 비용은 알아서 하라고 선처 했다. 그들이 감동을 받은 모양이다. 그때부터 그 교인들은 다른 모습으로 날 대했다. 그 후에 생긴 일은 더 감동적이다.

전임자가 교회를 공사하던 중 공사자가 돈을 떼먹고 도망가 내팽개친 교육관이 그들의 눈에 안좋아 보였는지 건축업에 종사자가 많은 그 교인들이 자원하여 150여 만 달러를 들여 깨끗하게 재 건축을 하였다. 그리고 전에 내던 월세 건물비로 3,500 달러를 가져 왔다. 마음을 연 목사와 그 교인들의 작품이다.


한번은, 본인이 시무하는 교단의 노회가 열려 참여 했는데 미국교회와 한국 교회간에 싸움이 벌어졌다 렌트 들어 간 한국 교회와 렌트 준 미국 교회간의 갈등이 비화 되어 노회까지 시끄럽다. 그것도 여러 번이다. 내 목회 철학과 맞지 않아 화가 났다.

그 건이 토의 될 때 발언권을 얻어 강단에 올라가 사자 같이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이 크리스천이냐? 하나님과 노회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가 아니냐 ? “

그러자 500여명 되는 회원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내 일생에 미국인들이 90 % 이상인 이들에게 박수를 받기는 처음이다. 사랑과 의에 감명을 준 것 같다. 피차 신뢰를 가질 때 기적이 일어난다. 목회를 하면서 얻은 경험이다.

내가 시무하던 한국교회 역사는 4대 목사 이종영, 김길홍, 양희철, 현재 담임인 조원태까지 아름다운 40여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모체교회인 미국인 교회까지는 15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지금 담임인 목사가 오기 까지는 믿음 장로교회로 있다가 ‘ 우리교회’ 로 바뀌었으며 영어로는 아직도 근무 할 때인 그 이름 믿음 장로교회다.

한 교회도 개인처럼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이 교회에 렌트 내는 교회는 매달 4,000달러씩 내며 잘 지내고 있다. 25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75년은 안심하고 지내겠지, 마치 홍콩의 반환 100년처럼.

<김길홍/원로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