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 동지

2022-12-09 (금) 송재경/뉴욕 용커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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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한 해가 하얗게 눈덮힌 모퉁이 돌아 끝자락만 보이는데, 그믐밤 어두움 헤치고 다가오는 동지(冬至)가 어렴풋이 그 모습을 드러내니, 낮이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구나.
뒷곁 굴뚝에서 쏟아내는 하얀 연기, 자욱히 처마 밑을 맴돌며 솔잎 타는 냄새 그윽한데, 대추나무 가지에선 까치가 짖어대니 반가운 소식 있으려나. 귀한 손님 오시려나.
아궁지속 알밤 익어 가는데, 조무래기 아이들 둘러앉아 부지갱이 든 손이 바빠지고 가마솥에 끓는 팥죽 내음 집안에 가득 하네.
부뚜막 도마 소리가 흥겹구나. 옛 동지(同志) 찾아와서 반가운데 자리 함께 하니 즐거울 수가.

<송재경/뉴욕 용커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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