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공짜는 없다

2022-12-07 (수) 여주영 고문
크게 작게
피나는 노력 없이 얻는 결실이 있을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각 나라 선수들이 이루는 결과물을 보며 느껴보는 생각이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눈물겹게 이뤄내는 결실들은 모두 하루아침에 이루어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승패에 관계없이 더욱 값지고 빛나 보인다.

이번에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온 몸을 던져 끝까지 투혼, 비록 8강에는 들지 못했지만 16강이라는 기적의 신화를 일구어 온 국민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안면골절 수술후 회복되기가 무섭게 검은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혼을 보여준 주장 손흥민의 기량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가나와의 2차전에서 양팀의 동점골 상황에서 한 골을 더 추가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황희찬 선수로의 가랑이 패스는 두고두고 잊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번에 손흥민은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훌륭한 선수란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의 빛나는 플레이 뒤에는 숨은 영웅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을까.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였다. 그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고 ‘공짜는 없다’라는 성공의 열쇠를 아들 손흥민에게 선물해 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어린 시절, 축구에 대한 의지 하나로 어렵사리 프로선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평범한 기량의 프로 축구선수로 생활하다 부상으로 은퇴해서 살림이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손흥민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면 바로 철두철미한 교육 아니었을까. 아버지 손웅정씨는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훈련만을 통해 길러진다고 아들에게 강조했다.

손흥민은 2010년 마침내 독일의 축구팀 함부르크와 정식 계약을 했지만 큰 연봉이 아니어서 가까스로 궁핍을 벗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차도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장 밖에서 아들의 연습을 지켜보았고, 손흥민은 숙소에서 남의 눈을 피해 밥과 밑반찬을 몰래 먹어가며 생활했다.

뉴스에서는 손흥민을 치켜세웠지만 정작 그의 일상은 대중의 짐작과는 달리 아직은 크게 가난을 탈피했던 것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초등학교시절 축구를 시작하고 8년만에 정식 계약 첫 연봉 1억원을 받는다. 그 이후 그는 물론 큰 연봉을 받게 되지만, 놀라운 것은 함부로 쓰지 않고 후배양성이란 대의명분을 지켰다는 점이다.

돈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자신이 사랑했던 축구를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해 통 큰 투자를 선택한 손흥민의 뒤에는 아버지 손웅정씨가 있었을 것이다. 손흥민의 고향 강원도 춘천에 세워진 ‘손흥민 체육공원’은 손씨 부자의 과감한 선택이 만든 유소년 축구시설이다. 7만1,000여㎡ 규모로 조성되었다니 거기서 달릴 기회를 얻은 미래 축구 꿈나무들은 달리면서 가슴이 뻥 뚫릴 것 같다.

부와 명예에 대한 집착을 보이지 않은 아버지 손웅정씨는 춘천에 손흥민 거리를 조성하자는 도교육감의 말에 한 방에 ‘노’라는 대답을 전했다고 한다. 아들이 은퇴후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는 입장 표명도 잊지 않았다. 보통 과거가 가난했던 사람들은 돈에 한이 맺혔다고, 말년이 될수록 돈이나 사회적 명예같은 데 집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흥민과 그의 아버지를 보면 새삼 머리가 숙여진다.

이번 월드컵 시즌에는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나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기억하고 갔으면 좋겠다. 그의 화려한 영광 뒤에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끊임없는 채찍질을 아끼지 않은 부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곳 한인커뮤니티에도 이런 헌신적인 1세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쉽게 얻는 것은 없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어떤 것이 진정한 영웅인지 또렷이 보고 있다.

<여주영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