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이상향

2022-12-06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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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이상향(理惻鄕)을 그리워한다. 내가 이상적으로 살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곳이 이상향이다. 기독교에서는 이상향을 천국 혹은 천당이라고 하고 불교에는 극락이라고 말한다. 소위 구원 받는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향에 갈 수 있는 자격이 갖추어지는 것을 뜻한다.

토마스 모아의 유토피아, 플라톤의 공화국, 어거스틴의 하나님의 나라 등은 문학 작품으로 그려진 이상향들이다. 뉴저지에 살던 토마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하고 맨하탄에 있는 사무실들에 전구를 가설하고 스위치를 넣자 밤이 낮이 되었다. 사람들은 “천국이 되었다!”하고 함성을 올렸다고 한다. 광명이 천국인 것이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병원도 약도 없는 세상을 이상향으로 생각할 것이다. 가난하고 직업이 시원치 않은 사람은 먹을 것이 풍부한 곳을 이상향으로 생각할 수 있고, 골치 아픈 일들이 쌓인 사람은 줄곧 웃고 살 수 있는 나라를 이상향으로 생각할 것이다. 각자의 이상향이 처지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이상향을 이렇게 생각한다. 그 곳은 언제나 청명한 날씨이다. 변덕장이도 없고 군사혁명도 없고 독재자도 없고 욕심스런 부자도 안 보이고, 도대체 나를 흔드는 자가 없다. 자랑하고 뽐내는 자는 찾을 길이 없고 칭찬하고 격려하는 소리만 들린다.

내가 꿈꾸는 이상향에는 조미료가 필요 없다. 모두가 소금이 되어 맛을 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전등도 필요 없다 모두가 빛이 되기 때문이다. 싸움을 좋아하는 깡패는 없다. 모두가 평화 애호자이기 때문이다.

이상향이란 대립보다 공존이 낫고 독점보다 분배가 나으며 결투보다 화해가 나은 곳이다. 성경도 사랑은 성내지 않으며 투기 하는 자가 되지 않으며 자랑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증오하고 빼앗는 풍토가 아니라 사랑하고 나누는 세상이 이상향이다.

옛날 이사야라는 예언자는 이상향을 이렇게 묘사하였다.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가 함께 풀을 뜯고,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젖 뗀 아이가 살무사의 구멍에 손을 넣는다. 나의 거룩한 산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사야서 11:6-9)

공존 화해 공유를 가로막는 것이 욕심이다. 성경은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는다고 하였다. 어떤 지도자는 권력을 이용하여 460억 원의 뇌물을 챙겼다고 한다.

이 돈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상이 갈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수학 선생이 이렇게 설명하였다. 만원짜리 지폐를 한 줄로 깔면 지구를 한 바퀴 돌릴 수 있는 돈이 460억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서 무엇에 쓸까?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욕심엔 한계가 없다. 그러기에 욕심은 초장부터 잘라 버려야 한다.

뉴욕의 세탁소 비즈니스의 역사가 재미있다. 세탁 기계를 발명하고 처음 세탁소를 비즈니스화 한 것이 유대인들이었다고 한다. 유대인이 좀 더 나은 일로 옮기자 이탈리아 이민들이 들어와서 세탁 비즈니스를 인계받았으며, 이탈리아인도 더 나은 사업으로 옮겨가자 마침내 들어오기 시작한 한국 이민들이 세탁업을 장악하였다고 한다.

세탁업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 한국 이민들에게는 이상적인 사업이었던 것이다. 낮설고 언어도 부족한 한국인들에게 세탁업은 안성맞춤이었다. 이상향이란 자기의 조건에 맞는 조건이 갖추어진 곳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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