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월드컵 시민의식

2022-11-30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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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3일은 세계 축구 역사에서 잊기 어려운 날이 되었다. 세계 랭킹 하위인 일본팀이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축구 강국 독일팀에 2-1로 역전승을 거둔 것이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에 나온 32개국 중 랭킹 30위. 이날의 기적같은 승리로 일본 열도는 환호의 도가니에 빠졌다.

월드컵 사상 두 번째 16강에 도전하는 한국팀도 강호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무승부로 예상외의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FIFA 랭킹으로 보아 한국이 28위, 우루과이가 14위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참가국은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를 통해 국가간에 선의의 클린경쟁과 함께 서로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축하해주면서 선린외교를 하는 것이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월드컵 트로피는 디자인을 프랑스의 조각가가 맡았는데, 높이 38cm의 8각형 청금석 받침대 위에 승리의 여신 니케가 8각형의 순금 성찬배를 받들고 있는 모양이라고 한다.

한국인들도 이런 지구촌 축제분위기에 거들고 나서고 있다. 한글 세계평화지도로 세계평화를 이끄는 한한국(韓韓國) 작가가 '2022 카타르 월드컵 평화지도'를 발표했다. 이 지도는 이번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대한민국팀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슬좌작업을 통해 가로 2m30cm, 세로 3m 크기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얼마든지 인류애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지난 5년간 한국에서는 끝없는 반일 선동으로 마치 일본이 악의 축인 것처럼 떠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기 양국 관계 경색이 장기화되는 양상에 적지 않은 한국인들은 심한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툭하면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의 반일 보이콧을 해서 이웃 나라와의 유대관계를 저해했기 때문이다. 지구촌 시민이라면 보다 정제된 수준으로 국제관계와 역사의식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얼마전 '전차군단' 독일을 2-1로 격침한 후 경기장을 청소하는 일본 팬들의 모습이 전세계 전파를 통해 중계되자 “일본인들은 정말 완벽한 손님이다”라는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일본 축구 팬들은 월드컵이 단지 약육강식의 승부처가 아니라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채널이라는 취지를 전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준 것 같다.

미국의 스포츠매체 ESPN은 이렇게 마무리 청소를 하는 것은 일본 팬들의 멋진 전통이라고 소개했다. 국가의 높은 의식을 전세계에 알린 시민외교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한국도 일본에게 배울 점은 좀 확실하게 배우면 안 될까.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이제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에 의해 적지 않게 영향을 받고 있다. 얼마전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미주 한인들의 시민의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마치 동일한 사람들인 양 덮어씌우기를 당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반일을 한다고 해서 미국에 사는 우리도 당연히 그들과 같은 생각인양 취급을 당하면 그건 좀 불합리하다.


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전, 올림픽 공원 주변을 하루 12시간씩 정성스레 청소하는 한 시민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30년도 넘은 옛날이야기다. 그 때는 대한민국이 6.25전쟁 화마를 거친 세계 최빈국이었다. 그런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나라의 위상을 알리게 된 계기가 서울올림픽이었다.

그 때는 길거리에 담배꽁초 하나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볼거리라는 화려한 월드컵 거리 응원의 이면에는 항상 맥주나 치킨 등을 먹으며 경기를 보다가 아무데나 버리는 팬들로 거리가 쓰레기로 가득차기 일쑤라고 한다.

감정적인 반일을 외치기에 앞서 보다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월드컵에서 한국이 이겨서 열광하는 모습보다 지구촌 공동체의 멤버로서 이웃나라와 잘 지내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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