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화

2022-11-29 (화) 최효섭/목사 ·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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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한자로는 불홧자(火)를 쓴다. 화는 불과 같은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화를 내면 사방에 불처럼 번져간다. 화를 부려서 잘되는 일이 없다. 좋지 않은 영향이 번지는 것이 화이다.

화풀이를 한다고 하면 내 화에 못이겨서 공연히 부정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홧김에 서방질한다는 나쁜 말도 있다. 화가 난 김에 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홧김에 저지르는 행동은 언제나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인격자란 화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사업 관계로 어떤 사람과 몹시 화를 내며 말다툼을 하다가 거리에서 졸도하여 사망한 일도 있다 그는 평소 혈압이 높았다. 혈압이 있는 사람은 화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졸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 텔레비전의 유명한 쇼 사회자인 도나휴 씨는 이런 말을 하였다. “시청자의 박수를 받는 요령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런 말을 들으시면 화가 나시죠 하고 여성 시청자들에게 말하면 틀림없이 큰 박수를 받습니다.” 여성의 박수를 받는 요령이 흔히 여성들이 화를 내는 문제를 건드리면 된다는 요령이다.

남가주 대학의 심리학 교수 바바라 스타 박사는 화의 조종법을 이렇게 말한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선배나 스승이나 성직자와 의논하셔요. 그들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요. 화가 나있는 상태에서는 객관성을 잃기 때문에 해결의 길을 찾기 어렵다는 충고이다.

둘째로는 화의 온실에서 오래 머물지 말고 되도록 빨리 나와야 한다고 스타 교수는 충고하였다. 화의 온실에 오래 있을수록 점점 더 악화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화가 날 때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를 열어 바둑을 준다. 그럼 어느새 미음이 잔잔해진다. 기분 전환의 기회를 만들라는 말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수 천명의 흑인을 이끌고 워싱턴을 향한 시위 행렬을 하였다 (1963년 8월) 그 때 그는 말했다. “우리는 오직 흑인만의 화를 표출하는 시위가 아닙니다. 미국에 사는 모든 인종들이 공평한 권리를 가지고 살자는 것입니다” 인도의 민권운동가 마하트마 간디도 민중을 이끌고 시위를 할 때 외쳤다. “우리가 시위하는 것은 우리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탄압하고 있는 영국에 대한 민족적인 화를 평화적으로 풀자는 것입니다.”

시위라는 것은 탄압 받는 모든 민중의 반응이다. 이런 것은 개인의 화를 넘어 집단적인 화를 표출하는 것이다. 한국의 4.19 민중 시위나 광주 학생사건 등이 모두 집단적인 화의 표출이었다. 전쟁이 여기저기서 계속되는 것도 국가란 큰 집단적인 화가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다. 작게는 패 싸움, 크게는 나라 싸움이 모두 집단적인 화가 빚는 비극이다.

근래 세계 역사에 가장 큰 분열을 일으킨 것이 공산주의이다. 공산주의의 팽창 방법이 비로 민족적인 화를 부추기는 것이다. 오늘날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모두 사회주의가 아니라 독재주의 왕국이 되어 있어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있다. 그 옛날의 왕국을 사회주의란 미명 아래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모두 집단적인 화의 그릇된 표출이다.

한국에는 옛날부터 홧병이라는 것이 있었다. 주로 며느리가 걸리는 병이다. 보통 며느리는 아들보다 서너 살 위의 여자를 맞았다. 그래야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엌일 청소 빨래 남편 시중 등 엄청난 일들을 해야 하는 거의 노예와 같았다. 그러다가 아이를 가지게 되면 아이 키우는 일까지 태산 같은 일 속에 파묻혀 사는 것이 며느리였다. 그러면서도 구박을 받으며 살았으니 한국이야 말로 여자의 해방을 외칠 나라였던 것이다.

<최효섭/목사 ·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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