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9일 현재 전차, 자주포, 장갑차, 대포, 각종 군용 차량, 전투기 등 모두 1만8,000대 이상의 전투 장비가 파괴되거나 포획돼 2차 대전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헤르손 방어전에서만 하루 800여명의 병력이 손실되는 등 전사자 수는 최소한 8만3,000명을 넘어 구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침공 10년 동안 기록한 전사자 1만5,000명은 물론, 미군의 월남전 전사자 5만8,220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
2022년 11월 22일자 나인틴 포티파이브지 보도다. 우크라이나 침공 9개월을 맞아 러시아군이 겪고 있는 참상을 구체적 수치로 드러낸 것이다.
드디어 막이 오른 카타르 월드컵. 11월 21일(현지시간) 이윽고 열린 이란과 잉글랜드의 경기. 이에 앞서 국가가 연주됐다. 이란 선수들은 국가제창을 거부하고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세계의 언론들은 경기 내용보다 이 침묵시위에 일제히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가 사망한 이후 이란을 뒤덮고 있는 반독재 시위에 연대하고 회교혁명정부의 폭력적 진압에 반발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해외 언론의 찬사를 받은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20차 전당대회를 통해 평생집권의 길을 열었다. 시진핑 1인 독재체제가 더욱 강화된 것이다. 그 시진핑 천하의 중국에서 시위에, 폭동이 잇달고 있다. 최소한 수 천 명이상이 가담한 시위가 지난 6월에서 9월 3개월 동안 700건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관계당국은 밝혔다. 프리덤하우스는 이 수치는 중국당국이 마지못해 시인한 것으로 실제 시위 건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의회 전문지 더 힐의 11월 20일자 보도다.
‘제로 코비드’정책에 따라 툭하면 작업장이, 아파트 블록 전체가. 심지어 수백만이 거주하는 대도시가 봉쇄된다. 노사분쟁이 발생하면 회사가 고용한 폭력배나 경찰이 투입돼 마구 폭력을 가한다. 소요기미만 보이면 사전 통보도 없이 도로가 봉쇄돼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이처럼 억압이 지나쳐 폭력적인 체제에 맞서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찰 발포로 수 백 명이 죽고 수 만 명이 체포되는 와중에도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회교혁명정권타도’의 외침, 우크라이나에서 패퇴를 거듭하고 있는 러시아군 소식, 그리고 ‘죽의 장막’안에서 번져가고 있는 대규모 시위에 폭동.
감사주간을 전후해 조각조각으로 전해진 이 뉴스들을 한 데 모으면 뭔가 한 그림이 떠오른다. 20년 가까이 퇴행만 거듭해왔다. 그 세계의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독재세력의 위축과 함께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런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고 할까.
먼저 러시아의 경우를 보자. 8월 한 달에만 하루 평균 10억 달러의 군비가 소요됐다. 러시아 경제가 이런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바로 던져지는 질문이다. 답은 ‘노’다. 간단히 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파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실패국가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으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또 한 차레의 대패 소식이 전해질 경우 내부 불안가중에 따른 푸틴체제 붕괴, 더나가 자칫 현 러시아연방은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점쳤다.
러시아군의 잇단 패배, 그리고 몰락의 길을 재촉하는 푸틴. 이는 반대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장을 의미한다.
“전기도, 수도 물도 끊겼다. 가스관도 파괴됐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이 쫓겨났고 자유를 찾았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러시아군으로부터 해방된 헤르손시의 한 주민의 말이다.
이 외침이 그렇다. 단지 우크라이나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문명사회의 가치관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 자유와 인간존엄의 회복을 찾아 젊은 여성에서, 학생, 의사, 변호사, 노동자, 그리고 국가대표 축구선수에 이르기까지 이란인들은 하나가 돼 반독재 투쟁에 나섰다. 그리고 그 자유에의 불길은 죽의 장막 너머로 점차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대반격, 그 기대를 더 한층 높이고 있는 것은 2022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다. ‘박빙의 차이로 패배할 때 선거결과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민주주의의 규범을 무시하는 트럼프 추종자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추악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횃불’로서 미국이 그 위상을 되찾은 것이다. 그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나토(NATO)회원 국가들을 비롯해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세계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다.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브라질 대통령도 초접전 끝에 재선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이 역시 세계 민주주의 회복의 한 뚜렷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전쟁이 우크라이나 승리로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계속해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감사주간에 전해진 이 소식들은 자유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독재세력 간의 투쟁은 분명히 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Democracies Strike Back’- 한 달 후면 새로 펼쳐질 계묘년(癸卯年)에 대한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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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