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생각 - 위기를 읽되, 용기를 잃지 말자

2022-11-18 (금)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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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이후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하여, 그치지 않는 국가간의 이해충돌 및 심화되는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으로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연일 쏘아대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예기치 않은 곳에서 터진 어이없는 이태원 골목길 참사는 국민들을 자괴감의 늪에 빠뜨렸다.

우리가 사는 뉴욕도 위태위태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거리는 물론 공원에서 조차 너무도 쉽게 접하는 마리화나 냄새는 날이 갈수록 더욱 활개를 치고, 줄어 드는가 싶던 강도 사건은 최근에 점점 기승을 부리며, 아시아인에 대한 묻지마 폭행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우리 삶의 주변 곳곳에 만연해 있는 위험으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절로 움츠러 들고, 응당 누려 왔던 일상도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우리의 지난 날을 돌아 보고 역사를 짚어 보고 인류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그 세월이 결코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오늘의 발전을 이루는데 위기는 언제나 밑거름이 되었으며,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안정이 지속되고 평화가 영원한 시절은 없었다. 안주하면 뒤이어 위기가 어김없이 따라왔다.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All happy families are alike; each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행복한 가정은 특별한 이유없이 행복하며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여러 사연으로 불행하다.)”.
어려움 한 두번 겪지 않은 사람과 가정과 사회가 어디 있겠는가?

위기는 일평생 누구에게나 각기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도종환 시인이 설파했듯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단지 행복과 불행은 위기를 넘어서서 더 이상 그 상황에 끄달리지 않느냐 또는 매번 닥치는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번번이 끌려 다니느냐에 따라 갈릴 뿐이다.

위기 자체도 버겁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그 후유증이다. 동반되는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고 그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는 재발 방지를 위해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 매몰되어 주저 앉느냐 아니면 훌훌 털고 일어서 앞으로 나아 가느냐는 전적으로 공동체 주권자들의 용기와 지혜에 달려 있다.

뒤켠에서 하이에나처럼 정파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음흉한 무리들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지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인류가 오랜기간 희생을 통해 얻은 소중한 자산인 자유의 가치가 침해되는 것을 묵과해서도 안된다.

비통함이 지나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 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함께 힘을 모아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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