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며, 느끼며 - 기후 활동가들

2022-11-14 (월)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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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활동가들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도발적이고 극단적인 시위를 계속 하고 있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활동가 3명은 11월4일 로마의 보나파르테 궁전에 전시된 반 고흐 작품 ‘씨뿌리는 사람’에 야채수프를 끼얹은 후 그림 아래에 쪼그리고 앉았다. 벽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고정한 뒤 화석 연료 사용을 중단하라고 외쳤다.

앞서 이 환경단체는 7월22일 피렌체 소재 우피치 갤러리에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봄)’ 작품 유리 액자에 접착제를 묻힌 손을 고정한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영국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10월14일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반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끼얹었다.

곧바로 접착제를 꺼내 손바닥을 벽에 붙인 뒤 시위를 이어갔다. 1,200억 가치의 이 그림은 유리 아래에 보호되어 있었지만 명화가 살아있다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독일 환경단체는 10월23일 포츠담 바리베리니 미술관의 클로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끼얹었다.


이처럼 유럽 각국의 기후 활동가들이 세계적인 명화를 타깃으로 사람들에게 경각심,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인류최고의 예술품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고 화도 난다는 비판이 늘고 있다. 또 이들 작품이 화석연료와 무슨 관련이 있는 가하는 의문도 제기한다.

그런데 이들은 “이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종일 이야기를 한다.” 며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끼얹는 시위가 뉴욕 타임스 1면을 장식하는데 성공했다.”는 말을 한다. 이들은 앞으로 미국 내에서도 환경운동가들의 극단 시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 재앙이 늘고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지만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 다음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코자 하는 방법은 옳지 못하다. 이들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세계문화유산인 걸작을 볼모로 이런 시위를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영국 버진그룹 산하 우주관광기업 버진 갤럭틱이나 미국 우주관광 민간기업 스페이스X 등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어떨까.

우주관광 왕복 티켓과 현지 체류비 등 1인당 비용이 약 5,500만 달러다. 지난해 10월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의 로켓을 타고 10여분짜리 우주여행을 한 윌리엄 섀트너(91, 드라마 스타트렉 제임스 커스 선장역)는 에세이집 ‘대담하게 가라: 경이롭고 경외스러운 삶에 대한 반추’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주에서 내가 본 것은 죽음이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굴곡, 푸른 하늘은 생명이었다.”며 양육하고 보듬어 주는 어머니 지구에 대한 경이로움을 표했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에 돌아온 후 환경문제에 관여하게 되는 예가 많다고 한다. 그동안 우주여행을 다녀왔거나 계획하고 있는 부동산투자가, 금융인,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우주여행 경비를 기후위기 대책 마련에 사용하라고 시위를 하자. 파타고니아 창업주처럼 전 재산을 기후위기 대응에 써달라는 사람이 더 많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가 산업혁명 이후 환경이 파괴되고 해수면이 증가하고 있다. 자연자원 부족, 혜성 충돌, 핵전쟁, 세계적 전염병 발병 등 지구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도 많다. 지구의 나이는 45억년 정도. 앞으로 15억년이면 인간과 동물은 오존층 파괴로 멸종할 것이다.

그전에 제2의 지구를 찾는 노력은 필요하다. 미항공우주국이 2015년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지구에서 약 1,400광년(1경3,254조Km) 떨어진 행성 ‘케플러-452b’가 사람이 살만하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 조성, 물 만들기, 기온 높이기, 식물심기, 도시 건설에 480년이 걸린다고 한다. 기술력 개발에만 100년이 필요하다.

우주탐사는 전세계가 협조하여 계속 하되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
현재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유엔 기후총회가 6일 개막되어 오는 18일까지 진행된다. 건강한 지구 만들기는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책무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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