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 맏이

2022-11-14 (월) 제이송/뉴욕 용커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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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보다 강한 분이 어머니라고 했던가. 부모님 떠나시고 마땅히 집안을 이끌어가는 맏이로 평생 살 수 밖에. 나라고 동생들처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는가.

다들 나 하나만 쳐다보는 식구들의 시선이 내 양 어깨의 짐을 더욱 무겁게 누르지만 무거운들 어떻게 내려놓을 수가 있나. 집안을 이끌어 가다보니 모래 폭풍 속 사막에서도 두렵지 않더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볕 속에서도 버티게 되더라.

힘들었던 것을 힘들었다고 말하지 못하고 때론 집안이 잘못되면 그 탓이 내게로 오더라. 괴롭고 어렵지만 참을 수밖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속으로 새겨야 하는 것이 맏이가 겪는 세상살이더라.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마음이 식구들에 가 있어 목이 메어 그냥 넘어가지 않더라. 눈앞에 경치가 감탄스러워 외쳐보고 싶어도 마음이 가볍지 못한 까닭에 즐겁지 못할 수밖에, 남처럼 내게도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겠는가. 허망된 자존심 내게서 떠난 지 오래다. 흐느껴도 울음을 삼켜야 한다.

맏이로 태어난 같은 사람들은 다 안다. 얼마나 험하고 고달픈 인생길이란 걸. 외롭게 혼자서 걸어가는 그 길이 두렵고 겁도 나지만 식구들 앞에서는 태연하게 별 거 아닌 것처럼 해야 할 수 밖에. 가슴 속으로 흐르는 눈물이 맏이의 인생살이인 것 세상에 누가 알겠는가.

<제이송/뉴욕 용커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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