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이제는 바뀌어야

2022-11-09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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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보다도 뜨거웠던 미 중간선거가 어제(8일) 드디어 막을 내렸다. 한인 유권자들은 이날 소중한 한 표를 던졌고, 출마한 한인 후보들은 전날까지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번 선거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100석 중 35석, 주지사 50명 가운데 36명, 하원 435석이 새롭게 선출된다. 유권자들은 행정부의 지난 2년 행적에 대해 만족스러웠다면 집권당에, 그렇지 않았다면 야당을 뽑았을 것이다.

그동안 백악관 내부는 민주당이 패할 가능성이 점쳐지자 전국적으로 후보토론회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인플레와 범죄 급증이라는 큰 장벽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선거 몇주전 NBC방송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이 나란히 동률을 기록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여론 조사 결과에서는 양당이 오차범위 안에서 대접전을 보였다. 이런 상황으로 펜실베니아주에서는 전 현직 대통령이 총출동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바이든의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 결집된 이번 선거에서 만약 민주당이 패할 경우 바이든은 아무런 힘이 없는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지역들이 놀랍게도 초박빙 경합지로 바뀌었고, 남부 흑인들이 많은 조지아주 경우 선거 직전 현직 민주당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과 공화당 허셜 워커 후보의 지지율이 46%로 동률을 기록했었다.

민주당이 4석 이상을 추가해야 상원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데... 펜실베이니아 등 5곳 경합 주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다. 이제 세상은 흑인들이라고 무조건 민주당을 찍어주는 시대가 아님이 확연히 드러났다.

놀라운 것은 트럼프가 지지하는 TV 인기의사인 메흐멧 오즈가 펜실베니아 공화당 상원의원으로 출마해 단 한 차례의 TV토론회에서 민주당후보 존 페터만을 완패시켰다. 그 결과는 아마도 이번 민주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실제로 뉴욕주의 경우 공화당 출신 리 젤딘을 주지사로 뽑자는 여론이 저변에 확대된 사실은 그간 뉴욕이 민주당의 아성이라는 고정 관념을 가진 주민들에게 쇼킹한 뉴스였는지 모른다.

미국인들은 이미 코로나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지쳐있는 상태다. 아무리 기다려도 좀처럼 청량감을 주지 못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기력함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바이든의 대안 없는 정책들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절망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뉴욕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리 젤딘 의원은 뉴욕주 셜리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2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을 들어 뉴욕의 강력 범죄 문제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위기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민들에게 밝혔다.

지금 뉴욕시민들은 더 이상 지하철을 안전하게 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아시안 밀집지역인 퀸즈 거주 여성이나 노약자의 경우 플러싱에서 7번 트레인으로 맨하탄을 오갈 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특단의 각오가 없이는 쉽게 외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홈리스나 아시안을 증오하는 누군가를 지하철에서 만나면 선로 아래로 떠밀려 죽을 수 있는 두려움에다, 거리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도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출신의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 때처럼 치안이 잘 유지돼 뉴욕주민 모두가 아무 걱정 없이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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