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공동투자… 우리는 왜?

2022-11-04 (금)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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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투자는 부동산구입 또는 사업운영을 함에 있어 2명 이상이 참여하는 투자형태를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동업을 하면 망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업을 보증과 더불어 불문율처럼 금기시 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파트너십으로 창업을 하여 성공한 예가 많고, 중국인과 유태인에게는 일반화 되어 있는 공동투자가 한국인에게는 왜 기피대상이 된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민족성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다들 너무 똑똑해서 그렇다’ 라거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것과 오늘날에도 여전한 지역적/이념적/성별/세대간에 벌이는 극단적인 대립양상이 산 증거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주의 보다는 공동체의식이 더 강한 민족이다. 국내외에 걸쳐 협업을 통해 이룬 눈부신 성과들이 수두룩한데, 일부 불미스러운 일이 너무 부풀려져 부각되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


한인의 미국 이민사가 올해로 120년이다. 그 동안 한인들의 경제력은 120배 이상은 족히 성장했을 것이다. 비즈니스에서 성공하여 다수의 건물을 소유하는 분들도 많고, 1.5세 또는 2세 자녀들은 미주류 사회에 진출하면서 일찍부터 인생 첫 집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한인 중산층의 사정은 좀 달라졌다. 한인들이 강세를 보였던 리테일 시장은 계속 밀리고 있으며, 신사업 아이템 개발도 마땅히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집 한 채를 갖고 있던 분들은 다운사이징을 서두르고, 구매자들은 주저하다 매수 타이밍을 놓치는 사례가 허다했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이 기간동안 공동투자를 위해 설립한 LLC를 통해 크고 작은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거둬 들였다. 그 결과 한인들은 중국인 소유 부동산에 렌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약간 주춤하고 있지만, 상용건물과 주택가격은 여전히 많이 오른 상태이며, 경제가 다시 안정을 되찾으면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한 개인의 자산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을 상대하기에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도 보다 활발히 공동투자를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공동투자는 혼자서는 사기 어려운 큰 자산을 투자지분 만큼 소유할 수 있어 책임과 위험이 분산되고 수익률 면에서 유리한 장점이 있지만, 지분으로 인해 소유권에 제한이 따르는 단점도 있다. 이에 두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각별하고 굳건한 경제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비전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공동투자는 단순한 이익분배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 가치’를 추구하고 나눌 때, 상호신뢰는 더욱 깊어지고 공고해지며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둘째, 공동투자는 계약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우리의 정서가 비즈니스 마인드 보다는 인간적인 정이 앞서, 반드시 서류로 진행해야 하는 부동산 업무조차 구두 약속으로 그치고 계약내용도 두루뭉실하게 정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 변호사를 통해 꼼꼼히 계약서에 반영하는 것은 기본이다.

마찬가지로 공동투자 경험도 우리 한인사회 안에 차곡차곡 축적할 필요가 있다. 훈훈한 성공 모델이 미담으로 자주 회자될 때 우리에게 잘못 덧씌워진 오명은 절로 사라지고,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보다 힘 있는 커뮤니티로 발전할 것이다.

<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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