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세종대왕을 생각하며

2022-10-31 (월) 홍순갑/뉴욕 와잇스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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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9일 한글날이 지나갔다. 한글날엔 세종대왕을 생각한다. 오늘날의 한국이 지금 이런 위치에 있게 된 것이 세종대왕 덕이라 생각한다. 세종대왕의 한글이 없으면 불가능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태종께서 장남 양녕대군을 왕위에 올렸으면 세종대왕은 없고 한글 또한 없다. 그러면 그 이후 조선시대 27대 순종에 이르는 왕 중에서 어느 왕이 과연 우리나라에 글자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 글자를 창제했을까? 세종대왕은 한글창제 과정에서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를 비롯 7명의 명의로 한글 창제 반대 성명을 올려 한글 창제를 강력 반대했지만 세종대왕은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 글자가 있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와 깊은 민족애의 열정으로 한글 창제를 이룬 것으로 보면 다음 왕들은 우리 글자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또 한일합방후에는 일본어 사용만을 강요당하는 시대에 우리나라 글자는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못하고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1945년 8.15 해방되고 독립된 후 어떤 글자를 써야하나? 36년간 지배한 일본어인가? 아니면 중국어인가? 생각만 해도 황당하고 아찔하다.


인류시대를 크게 나누면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나눈다. 그 기준은 문자이다. 문자가 없었던 시대가 선사시대요, 문자를 갖게 된 후가 역사시대다. 그러면 우리는 글자 없는 민족이고 역사없는 민족이다. 얼마나 치욕적이고 황당하고 암울한 일인가?

미국의 미래 역사학자가 2040년에는 한국이 세계 4대 강국이 될 거라고 했다. 그 이유로 창의력과 열정을 들었다. 창의력과 열정! 나는 세종대왕의 창의력과 열정을 생각했다.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세상 삼라만상의 소리를 가장 그 소리에 가깝게 그 소리를 글자로 표시할 수 있고 자연현상, 인간의 의식, 감정의 표현까지 거의 완벽하게 표기 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글자라고 격찬한다.

어린이 동요 몇 개를 보자.
기차는 달려간다/ 산을 뚫고 강을 건너/ 칙칙폭폭 칙칙폭폭 잘도 달린다.
개골개골 개구리/ 논에서 개구리 떠드는 소리/개골개골 개구리 내일 비 온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깡총깡총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
눈이 내리네/ 하얀 고운 눈이 살포시 내리네

이와 같은 표현을 영어, 중국어, 일어로 과연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 한글만이 쓸 수 있다. 글자는 여럿이 공유해 쓸 수 있어야만 그 같은 노래와 시를 읊을 수 있다. 그리해서 K팝 방탄소년단이 동서양을 넘나들며 세계무대에서 춤과 노래로 화려한 무대를 잠식,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다.

일본이 서양문명을 우리보다 앞서 받았지만 일본 팝은 없고 12억 인구 인도, 14억 인구 중국에도 인도 팝, 중국 팝은 없다. 우리 한글같은 우수한 글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가장 과학적인 우수한 글자를 지금 이 시대에도 만들기 힘든데 500여년 전 어떻게 만들게 되었을까? 그것은 오직 세종대왕의 뛰어난 창의력으로 가능했다.

인간의 행동원리는 머리, 가슴, 손이다. 즉 눈과 귀로 듣고 판단 ,가슴에 전달, 열정을 불러 일으켜 손, 즉 행동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세종대왕의 비상한 창의력, 우리의 글자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과 열정이 세계 최고의 글자를 만들게 했다.
세종대왕은 한글은 한나절이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온 백성이 한나절이면 배울 수 있게 만든 글자 28자의 위력이라고 본다.

세종 25년 10월 초 다음과 같은 역사적 기록이 있다. ‘임금께서 친히 언문 28글자를 만드셨는데 그 글자가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뉘었으나 모두 합한 연후에 글자를 이루었다. 그 글자가 비록 간요하지만 전환하는 것이 무궁무진하니 이것이 훈민정음이다.’
지금부터 500여년 전 한글이 탄생했다. 그것은 크나큰 등불이다.

그 영원한 등불로, 우리 민족은 다가오는 미래 문명에 앞장서 나갈 것이다. 멋지다 KOREA, 얼씨구 좋다, KOREA!

<홍순갑/뉴욕 와잇스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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