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 조개껍질

2022-10-26 (수) 송영옥/뉴저지 이스트하노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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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란 이런 것이라는듯한 한여름의 폭음을 피해 N.J. 중부에 위치한 18마일의 길쭉한 롱아일랜드 비치(Long Island Beach) 에 다녀왔다. LBI 의 대서양 일출은 짭짤한 바다냄새와 파도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온통 붉은 하늘과 꿈틀거리는 푸른 바다와 흰 거품, 바싹바싹한 해변모래 한 볶음처럼 뭉쳐 솟아오르는 태양빛으로 붉게 물들었는데 덧없는 세월의 흐름처럼 10분도 안되어 천지는 본연의 색깔을 다시 찾는다.

단단히 굳은 해변으로 파도에 밀려 잘 다듬어진 손바닥 만한 하얀 조개껍질이며 조각가가 다듬은것 같은 미니 콜로세움 형상의 조개, 대리석처럼 매끈한 조개파편들을 정신없이 장난감 버킷에다 주어 담았다. 내 뜻이었는지 아닌지 모르게 파도처럼 밀치고 밀리며 살다보니 노년에 와 있는 내가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인류 역사에 반복되는 전염병, 전쟁, 경제 위기가 파도처럼 밀려온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인데 깨끗한 빈 조개껍질처럼 비우고 살리라.

<송영옥/뉴저지 이스트하노버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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