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생각 -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2022-10-24 (월)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크게 작게
월요일 저녁시간 되는가 묻는다. 별다른 일 생각나지 않아 그렇다고 하니 다시 전화하겠다며 끊는다. 요가 함께했던 이의 소식이어서 반가웠다.톡으로 장소와 시간을 보내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않았다. 함께 밥 먹자는데 이유가 있는가 싶어서였다. 간단하게 집에서 끼니 때우는 게 편하지만 가끔 친지들과의 만남도 싫지않다.

식당에 도착하니 예상 외의 친한 얼굴이 있었다. 무슨 ’이산가족상봉 같았다’는 표현을 들을 정도로 반갑게 맞았다. 그 외 모르는 분들이지만 맛난 음식 테이블에 가득한 상황에서 그냥 친한 사람들로 변했다.

짤막한 소개 후 오늘 이 자리는 친구가 생일상 차려준 것이라 한다. 그때서야 ‘무슨 일이냐’고 물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때는 늦었다. 주말에는 아들이 고급식당 예약 해놓았고, 정작 생일날엔 부부동반 여행 계획이 있다고 한다. 중년 넘어 자신의 삶을 알뜰하게 잘 즐기고 있어 보기좋았다.

이런저런 대화 중 ‘이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각자 의견을 내보자는 분이 있었다. 심각하다면 심각할 수 있는 주제다. 그 얘기가 나오자 ‘저는 이기주의적으로 살고싶어요. 셀피시(Selfish) 하게’ 라는 답이 나왔다.


화사하게 웃으며. 생일상 받은 이가 당당하게 말했다. 고개 끄덕이며 동조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 주제는 이어지지 않았다.

미혼인 분이 올12월 모일에 결혼하겠다는 날자는 잡았지만 아직 상대가 없다 해서 한꺼번에 웃음이 쏟아졌다. 생일파티 2차 떠나는 여러분과 작별인사 하고 오는 길에 ‘Selfish ‘하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이기적으로 살고싶다’ 는 그동안 스스로 희생하며 살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 아닐까?

“나이 들어 행복 할 수 있는 길 찾아야 한다.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행복론은 상대적 비교에서 나오지만, 스스로 자존감을 높히는 힘을 기르면 진정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 모든 판단의 주체는 나임을 알아차리는 명상을 하라. 기도도 염불도 다 명상이다" 라는 법문이 떠오른다. 이기주의적으로 사는 삶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은 없어도 될 것같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 살아도 ‘Selfish’ 하게 살아가게 되어있다. 설사 남을 위한 희생도 결국은 깊은 의미의 자아만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둥근 달이 한밤을 환하게 밝혀줬던 저녁. 은은한 달빛이었고 달빛 그 자체로 많은 생명체에게 온갖 위로를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말로 이해 시키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각자가 지니고 있는 감성을 그대로 안아주는 큰 역활을 할 수 있다는 것. 마음이 포근하고 한가로웠다. 달처럼 사람의 마음을 말이나 특별한 표정 짓지 않고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이 많이 편안하고 여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느낌 느낄 수 있음은 그만큼 선하고 밝은 내공의 에너지가 축적되어야 가능 할 것이다.

마음정화 하는 수행정진의 길이 왜 늘 강조해도 되는지 알겠다. 가을에 들어선 우리의 마음이 어떤지 가늠해 본다. 침묵으로 답을 하여도 거기엔 영근 마음의 혼이 담겨있을 것이다. 허허롭기도, 충만하기도, 아무 생각이 없기도... 그러면서도 뭔가 마음 밑바닥에 확실한 수확을 꿈꾼다면 모순일 것이다. 다만 가을 맞는 우리의 사색이나 언행이 결실을 떠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