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꽃밭에 파묻혀 사는 즐거움

2022-09-16 (금) 제이슨 김/롱아일랜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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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쳐다 보지도 않더니 요즘은 꽃에 빠져 산다. 나이가 드는가 보다.

아침에 일어나 각종 꽃향기와 싱그러운 풀냄새를 맡고 나무에서 배출하는 산소를 마시면서 정원에 들어서는 설레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매일 온갖 꽃들이 피고 지고 벌, 나비가 오가고 씨를 뿌리고 계절마다 새로운 꽃을 심고 물과 거름을 주고 가꾸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흘러 척박했던 뒷마당이 매년 풍요로운 정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른봄에 향기 진한 히아신스, 튤립, 개나리가 피는데, 피어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지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에 가장 먼저 보는 꽃들이기에 반갑다. 곧이어 벚꽃, 위핑 체리가 사이드웍을 뒤덮고 겨울에 잎이지지 않고 있던 철쭉이 피기 시작한다.

빨강, 오렌지, 핑크, 흰색들이 어우러져 앞마당 낮은 하얀 울타리 앞을 화려하게 만든다. 철쭉이 질 무렵 제라니움, 일년생이지만 첫 서리가 오기 전에 집안에 들여 놓으면 겨울에도 꽃이 피고 다음해 늦은 봄에 화분을 밖에 내어 일년내내 피는 다년생으로 가꿔 나갈 수 있다.


아열대성 꽃인 디프라데니아 역시 같은 방법으로 관리하면 3월부터 11월까지 핀다. 핑크, 레드, 화이트가 있는데 올라가는 습성이 있어 펜스 앞쪽이나 지지대를 세우면 좋다.

오월의 여왕 장미, 낙아웃, 겹장미, 줄장미들이 오월의 정원을 풍요롭고 화려하게 수놓는다. 잠시 장미 향기에 취해 있으면 미지의 아름다운 파라다이스에 와 있는 착각에 빠진다. 5월에 피크를 거쳐 늦가을 까지 피고 지면서 계속 이어진다.

5가지 혹은 6가지 정도의 색깔을 지닌 글라디올러스는 홀리 혹스와 마찬가지로 화려하지만 잘 구부러져서 튼튼한 지지대를 세워서 관리를 잘해야 한다.

얼마 전부터 수국 사랑에 빠져 뒷마당에 많이 심었는데 흙의 알칼리성, 산성 성분에 따라 꽃색깔이 바뀐다. 레드, 핑크, 블루의 고유의 색을 유지하려면 시중에서 파는 가루약을 물에 타서 정기적으로 뿌려줘야 한다.

화이트 수국은 비료만 잘 주고 물을 충분히 주면 된다. 수많은 종류의 데이지, 마리골드, 베고니아, 백일홍, 페투니아, 다알리아, 히비커스 등 낮은 꽃들이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일년생인 봉선화와 분꽃은 씨가 떨어져 그 다음해에도 계속 피는데 너무 많아 솎아 주는 게 좋다. 자주색, 흰색의 다년생 관상용 도라지꽃은 처음에 두 개 정도 심었는데 매년 씨가 떨어져 지금은 정원 앞쪽을 꽉 채우고 있다.

가지 끝에 꽃이 매달린 모습이 예쁜 목백일홍, 배롱나무는 추위에 잘 견디고 빨리 자라서 키가 크지 않도록 봄에 올라가는 가지치기를 해주고 옆으로 퍼지게 만들면 꽃이 풍성해진다. 가을엔 향기 진한 국화꽃이 앞마당을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서양난은 일년에 한 두번 피는데 한번 피면 석달동안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자태로 지속된다. 남쪽 창가에 두고 관리를 잘 해주면 겨울내내 꽃이 피는 아름다운 실내 정원을 가질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자연이 주신 아름다운 선물인 형형색색의 향기 가득한 꽃 속에 파묻혀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제이슨 김/롱아일랜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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