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 동네 RV차량 주차를 막아라”...시애틀 발라드 주민들 대형 플랜터 설치해 논란

2022-08-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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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불법인 줄 알지만 고육지책이다” 해명

“우리 동네 RV차량 주차를 막아라”...시애틀 발라드 주민들 대형 플랜터 설치해 논란
시애틀시가 올 초부터 RV 등 장기주차 차량에 대해 강력 단속에 나선 가운데 최근 발라드 지역 도로에 주민들이 임의로 RV차량 주차금지용 대형 플랜터(대형 화분)를 설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불법인 줄 알지만 동네에 피해를 주는 RV차량 주차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발라드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8번가 등 이 일대 도로 주차구역 곳곳에 대형 플랜터들이 설치돼 일반 차량의 주차를 막고 있다.


보통 나무를 식재하는데 쓰이는 이들 플랜터에는 나무 대신 자갈이나 돌, 흙 등 무거운 소재가 담겨있어 쉽게 이동시키지도 못한다. 일부 플랜터 주변 나무에는 시의 주차금지 표지판을 쇠사슬로 묶어놓기도 했다.

도로에 난데없이 대형 플랜터가 등장한 이유에 대해 주민들은 RV차량 상습 장기주차 지역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8번가 주민 데이비드도 집 앞 도로에 플랜터를 설치했다.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침실 창문 바로 앞 도로에 주차한 RV차량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며“밤낮으로 작동하는 시끄러운 발전기 소리와 각종 쓰레기, 오물, 마약으로 골치가 아팠으며 무엇보다 늘 화재의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데이비드는 특히“수차례 시에 단속을 요청했지만 10여 차례 경고 사인만 붙였을 뿐 몇달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며 “지난 5월에 차량이 3일 동안 빈집 상태가 되고 시애틀시가 해당 차량을 압수해간 이후에야 고통에서 해방됐다”고 밝혔다.

차량 견인 직후 그는 스테인레스 플랜터 3개를 구입해 자갈을 가득 채운 뒤 RV차량이 주차됐던 자리에 놓았다. 그는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았다”며 “대형 플랜터를 설치하는 것은 우리의 참을성이 이제 한계에 달했으며 앞으로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개인이 플랜터를 도로에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다.

시애틀시 교통부(SDOT)는 공공도로에 설치하는 모든 물건은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런 류의 허가는 발급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형 플랜터를 도로에 설치하면 티켓 발부와 함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시는 덧붙였다.


다만 SDOT는 이를 위반한 주민에게 경고장을 발부할 뿐 단속보다는 비즈니스나 부동산 소유주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불법시설물을 자진철거할 수 있게 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약 20여곳의 비즈니스와 부동산 소유주에게 모두 32건의 경고장을 발부했다.

플랜터 외에도 이 지역에는 시의 주차금지 표지판을 나무에 쇠사슬로 묶은 뒤 자물쇠를 채워두는 일도 빈번한 상황이다.

다만 시는 표지판에 적힌 날짜와 별도의 허가증에 적힌 날짜가 일치하는 한 자물쇠를 채우는 일이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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