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용서하고 잊으라

2022-08-16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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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고 잊으라, 영어로는 기억하기 더 쉽다. Forgive and Forget. 평화를 위한 절대적인 금언이다. 물론 내가 입을 피해의 크기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만 예수의 십자가의 정신이 바로 용서하고 잊는 것이다.

깊은 산에서 길을 잃으면 같은 장소를 원을 그리며 돈다고 한다. 이것을 윤회 방황이라고 하는데 용서하지 않으면 원한이나 싸움도 빙글빙글 같은 장소를 돌아 끝이 안난다. 원한의 끝맺음도 싸움의 종결도 용서에 해결점이 있다. 한(恰)을 품고 잠자리에 들지 말라, 한을 풀고 하루를 마감해야 한다.

세계적인 독자를 가진 최초의 한국 소설이 아마도 60년대에 나온 김 윤국(Richard Kim)의 영문소설 ‘순교자’일 것이다. 이조 말엽 천주교 대박해 시절 한 지도자가 자기는 양심적으로 천국도 영생도 믿지 않았으나 수 많은 교인들을 위하여 천국과 영생이 틀림없이 있다고 외치다가 가짜 순교자가 되어 세상을 떠난다는 결론이다.


양심적으로는 무신론자가 민중의 평화로운 죽음을 돕기 위해 위하여 가짜 순교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용서도 희생도 가짜가 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소설로는 가능하다.

병세가 중태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갑자기 그것도 밤에 내 집을 찾아와 나를 놀라게 하였다. 그는 내가 목회할 때 거친 말로 나를 비판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의 행동이 나빴음을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구하였다.

물론 나는 이미 잊은 과거의 일이니 잊은 지가 오해 되었다고 말하고 그와 함께 기도한 일이 있다. 그 후 한달만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죽기 전 용서를 구하는 마음이 생긴 것도 감사한 일일 것이다. 용서를 구하고 용서하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이 없다. 천국행 티켓은 아마도 용서에 있을 것이다.

욕심장이 인간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니 갈등이 늘 있다. 파도 치는 세상을 잔잔케 하는 유일한 길이 용서이다. 용서하면 평화가 온다. 용서하면 우선 내가 편하다.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 싸움의 시작이다. 남을 탓하지 말라 먼저 내가 용서하라. 평화를 바라지 말라, 평화는 재가 시작하는 것이며 그 평화의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용서이다. 사랑의 시작이 용서이다.

성경은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고 말하였는데 이 인내의 힘이 용서인 것이다. 용서해야 마음이 편하다. 마음의 갈등은 용서하지 못하는데서 온다.

전 한국신학대학 총장 김재준 박사가 뉴욕에 얼마동안 체류하셨다. 그가 이름난 명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글 한 귀를 요구하였더니 “마음의 평화를 가져라 그러면 어둔 방에도 푸른 하늘이 있다”는 글을 주셨다. 내가 평화를 어떻게 얻습니까 하고 물으니까 “먼저 용서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용서가 평화의 시작, 천국의 시작인 것이다. 용서는 언제나 내가 먼저 시작하여야 한다. 평화의 열쇠는 그대가 쥐고 있는 것이다. 기다리지 말라. 그대가 먼저 손을 내밀라. 세계 평화를 논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용서의 진정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사랑은 내가 먼저이다. 용서도 때를 기다리지 않고 언제나 용서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용서는 샘이다. 언제나 솟아나는 샘이다. 용서의 준비가 언제나 되어있는 것이다. 사랑이 준비된 사람은 기다리지 않는다. 언제나 포근하게 감쌀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용서가 있는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 하나님은 탕자의 비유의 아버지와 같다. 못된 아들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이다. 용서는 기다리는 넉넉한 마음이다. 거친 파도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이 용서이다. 하나님의 용서가 예수 그리스도로 나타났다. 그것을 수용하는 것이 믿음이다.

서로서로의 용서의 교환 그것이 천국의 모습이다. 화평케하는 자는 복이 있다고 성경은 말한다. 용서의 릴레이, 그것이 천국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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