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강제북송과 인권

2022-08-10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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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시끄럽던 강제북송 탈북 선원들의 사건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소중한 인권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발간하는 국가별 인권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이 세계 최악이라고 꾸준히 지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미 국무부 발간 ‘2020 북한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고문, 구금, 정치범 수용소, 극한의 사생활 침해 등 인간이하의 잔혹한 처우와 처벌 등이 나열돼 있다. 이런 끔찍한 나라를 떠난 탈북자들을 다시 잡아 돌려보내는 행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에서 야기된 탈북자 강제북송 논란은 지난 2019년 11월 2일 어선을 몰고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선원 2명이 한국 해군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시작된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16명의 동료 선원들을 살해한 흉악 범죄자들이라며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강제 추방했다.

이들의 귀순이 설사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억지로 보내는 것은 맞는 것일까. 정말 문재인 정권이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해 이들을 알면서 보냈을까. 사실 그랬다면 그것은 반인권적인 처사가 아닐까.

더구나 탈북 선원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사실을 증명할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한다. 이들이 정말 흉악범들이라 판단했다면 뭐라도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정권은 3년이나 지난 이 사건을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들 탈북 선원들은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소리치고 발버둥치는 모습이었다.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면 과연 그렇게 자해를 하면서까지 몸부림쳤을까. 세계 최고의 인권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얼마전 미주 한인 단체들이 탈북선원 강제 북송을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실 미 전역에서 한인들이 들고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일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권국가 미국에서 편히 살고 있어 더더욱 침묵하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

몇년전 북한이 15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던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미국으로 송환한지 엿새 만에 숨진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웜비어는 평양에 놀러가 묵고 있던 호텔 제한구역에서 물건을 훔쳐 북한 형법대로 큰 벌을 받은 것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3주기 추모식에서 아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북한 인권 운동에 적극 나설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반도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이런 미국인들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나서는 판에 미 전역의 한인들도 가만히 있어서 되겠는가.


미 의회는 2019년 통과된 국방수권법 안에 '오토 웜비어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 정권의 금융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세부 내용을 담았다. 미 상원이 북한의 인권 탄압과 관련해 '오토 웜비어 북한 검열 감시법'이라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 법안은 이제 하원만 통과하고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이처럼 대북 강경 여론이 높아지는 미 정치권에서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책임자들에게 큰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해당 어민들이 북송된 지 며칠 뒤 처형됐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제 북송 당시 탈북자들이 남측으로 넘어가려고 몸부림치는 장면을 담은 공개 사진은 인터넷상에 널려있다. 아마 지금쯤 전세계를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은 한국행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이 신뢰할 수 있는 인권 강국인지 묻고 싶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고 강제 송환에 책임 있는 사람들 모두 같은 잣대의 인권으로 공평하게 처벌했으면 좋겠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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