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무릎을 꿇는 조지 워싱턴

2022-08-08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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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포지(Valley Forge)는 1775년 12월 추운 겨울에 미 독립군과 영국 정부군 사이에 있었던 최대의 격전지다. 큰 전투를 앞두고 독립군 사령관 조지 워싱턴은 기도하기 위해 막사를 나와 홀로 숲으로 갔다. 잿빛 하늘에서 도토리만한 눈발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정오가 다 되었는데 워싱턴 장군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관들이 서둘러 찾아 나섰다. 숲속을 아무리 헤매어 찾아도 장군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이 가까울 무렵에야 간신히 찾았는데 장군은 그때까지 눈 덮인 숲속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애타게 기도하는 그의 어깨가 얼마나 뜨거웠든지 외투위에 쌓인 눈이 녹아내리면서 김이 무럭무럭 솟아오르고 있었다. 워싱턴은 그 다음날 전투에 나가 대승을 거두었다. 이날 미국역사는 새 길을 열었다.“ (버트 나누스의 ‘Visionary Leadership’ 중에서)

무릎 꿇는 리더는 산다. 남도 살리고 자기도 산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19세가 되었을 때 운명을 바꾸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루터는 당시 에르푸르트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를 찾아 뵌 후 친구와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학교가 있는 에르푸르트로 돌아가는 도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슈토테른하임(Stotternheim)이라는 시골 마을을 지날 때다. 갑자기 뇌우를 동반한 폭풍우가 내리쳤는데, 동행하던 친구가 순간의 벼락을 맞아 절명했다. 옆에 있던 친구의 급서(急逝)를 목격한 루터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루터는 인간의 생명이 작은 벌레 같은 미미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두렵고 떨려 청년 루터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저를 긍휼히 여기소서. 저를 살려주시면 수도사가 되겠나이다.” 그길로 학교로 돌아 온 루터는 하나님께 서원한대로 법학공부를 포기하고 수도사가 되었다. 이 작은 결단이 루터가 종교개혁가의 길을 걷는 출발점이 되었고 인류역사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무릎 꿇는 자는 위기를 돌파한다. 급작스런 삶의 위기를 만나 풀 수없는 모순에 직면하는 경우에라도 무릎 꿇을 때 해결점을 찾는다. 무릎 꿇는 자는 이긴다. 18만 5,000 명의 앗수르 대군에 예루살렘을 에워싸고 무조건 항복을 강요할 때 히스기야 왕은 무릎하나로 적군을 물리쳤다. 시편 46편은 이 배경을 기초로 기록한 승리의 찬가다.

지금도 밸리 포지 숲속에 가면 하루 종일 눈을 맞으며 기도하던 워싱턴 장군의 무릎 꿇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신은 리더인가. 이 시대는 무엇보다 모세, 히스기야, 느헤미야, 바울, 루터, 조지 워싱턴처럼 하나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는 리더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씀했다. “모세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으라. 무릎 꿇으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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