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 탈북 자녀들에게 띄우는 7월의 편지

2022-07-29 (금) 김영란/두리하나USA 뉴욕대표· 탈북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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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자녀들아! 우리가 모이는 매주 토요일 저녁 기도회 때마다 7월만 되면 그대들은 슬픔을 강물처럼 쏟아내곤 하는구나. 벌써 지난 주 토요일까지 4주를 모였는데 모일 때마다 지난 날을 생각하면서 통곡을 하곤 하니 나의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구나. 그대들의 이야기를 하려한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오랫동안 의논 끝에 동네 사람들 눈을 피해 11명이 7월 장마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모두 만나서 두만강 제일 폭이 좁은 곳으로 서로 손잡고 건너기 시작했다.

이렇게 번개 치며 억수 같이 비가 쏟아지는 날은 여기저기의 초소 경비병들이 비를 피해 초소안에 들어가므로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 모두 허우적거리면서 두만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강물을 헤쳐 도문 언덕까지 올라와 보니 각자 너무 숨이 차고 힘이 들어서 서로 두리번거리면서 말없이 찾았다. 한두 시간이 지나도 4명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물살에 떠내려 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울면서 낯선 강변 숲 속에서 통곡을 했다. 더 깊은 숲 속으로 찾아 들어가 젖은 옷들을 대충 말려 입고 도문 거리를 거쳐 한밤중에만 걸어갔다.

지쳐 있는 일곱 명의 형제 자매들이 멀리 큰 길가에서 차를 몰고 가던 미국인 선교사들이 강을 건너 도망쳐 온 탈북자들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보고 그들을 차에 태웠다. 어느 외진 데로 들어가 작은 음식점에서 배고픔을 면하게 해주었다.

그들은 어느 곳에 부지런히 연락을 하더니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구출하여 미국으로, 남한으로 목숨 걸고 도와주는 한국 선교사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이 미국 선교사들은 중국에 와 숨어서 복음을 전파하면서 물 건너 도망쳐 오는 탈북자들을 말없이 도와 주는 이들이라고 했다.

이 중 제일 큰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 어른들이 숨어서 기도하는 것을 보고 자라났기 때문에 다같이 물 건너 올 때도 계속 하나님께 살려 달라고 기도하면서 물을 건너 왔던 것이다.

이렇게 한국 선교사님들을 따라서 태국까지 무사히 안내를 받아 미국 대사관에 찾아가 일곱 명의 신분을 밝히고 미국에 가고 싶다고 미국 대사관에서 울고 있었다. 이때 이들 곁에 서있던 대사관 직원인 한국 사람이 어느 선교사님을 소개 해주었는데 마침 그 분이 우리 두리하나에서 파견되었던 선교사님이었다.

몇 달 걸리지 않아 미국 대사관의 도움과 우리 선교사님의 열정적인 수속으로 일곱 명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합법적인 절차가 이루어져 이곳 뉴욕으로 오게 되었다. 이들이 이곳에 들어온 지도 벌써 십 년의 세월이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도 칠월 장마철만 되면 기도 모임 때마다 통곡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아! 이제는 우리가 지난 날은 조금씩 흘려보내고 이 팬데믹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 주님의 넓으신 품에 품어 주심을 믿으며 감사하며 그대들과 내가 하나님께 간절히 눈물로 기도할 것이 있다.

하루 속히 북한에 복음의 문이 열려질 것과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 부부가 하루속히 교회를 찾아가 하나님께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나라로 하나님께서 다스려 달라고 도움을 청하기를 그대들과 내가 눈물을 뿌리며 기도하기를 바래.

그리고 기독교인들을 무차별 박해하는 중국 정부와 수많은 귀한 생명들이 살상 당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하여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리자. 다니엘이 포로로 잡혀갔을 때 예루살렘과 자기네 고향을 위하여 하루에 세 번씩 무릎을 꿇고 기도했던 것처럼.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편 119편 105절)

<김영란/두리하나USA 뉴욕대표· 탈북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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