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 낮달을 향하여

2022-07-28 (목)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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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불사약을 훔쳐
달로 달아난 예의 아내
오뉴월 염천시하 백주에
왠일이여, 참 별 일이네
핏기 없는 허연 민낯으로
궤도를 이탈하여 바람 쐬려 나왔는가
달나라 계수나무 마을에서
주경야독 선인 만나
애 낳고 잘 산다더니
벌써 싫증난 권태 사랑 아니해주던가?
또 뉘 뒤를 밟다 길을 잃고
오월에는 동편, 유월에는 서녘 대낮에
모습 들어내는 바람의 표박자
절세미인 항아여, 그대 역마살에다
화관을 쓴 풍류문장절대가인
인생만사 사필귀정 역지사지라네
한 때 육정의 허망과 인생무상도
우주 만유의 생명에 한수가 있는 법
바람 재우고 돌아가시게
오뉴월 춘궁기 밥먹듯 굶어 황달에
피골상접한 농촌아낙 젖이
나오지 않아 우는 아기와 함께
눈물 흘리는 피맺힌 하소연이나 듣고서
태양이 잠자려 가거든
되돌아가게 예에게로

1. 예: 중국 신화에 나오는 하나라 때 제후 궁술의 명인
2. 사필귀정: 시비곡직이 정하여 지지못한 일이라도 마침내 정리로 돌아간다는 뜻
3. 역지사지: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한다는 뜻
4. 한수: 모든 생명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
5. 육정: 육욕의 정기와 생기를 받는 마음
6. 염천시하: 몹시 더운 때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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