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다빈치와 관찰력

2022-07-25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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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가장 위대한 기술은 사물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이었다. 이것은 그의 호기심을 키워준 능력이기도 하고, 반대로 호기심이 관찰력을 키우기도 했다. 그의 관찰력은 어떤 마법 같은 재능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었다. 다빈치는 늘 말했다. ‘사물들의 형태를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우선 그것들의 세부 사항을 관찰하는 일부터 시작하라. 그리고 첫 번째 단계가 뇌리에 확실히 새겨지기 전에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지 마라.’” (월터 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중에서)

광적일 만큼 치열한 관찰력은 다빈치 천재성의 핵심요소다. 다빈치는 72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관찰기록을 남겼다. 이것은 단순한 어떤 기록의 누적이 아니다. 샘물처럼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지적 호기심과 과학적 사색이 담긴 공부 노트이며, 공상적 그림책 이다.

관찰의 방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이동관찰이다. 둘째는 잠복관찰이다. 셋째는 패턴관찰이다. 깊은 숲속을 이동하면서 관찰하면 사슴이나 늑대가 남긴 흔적을 살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사슴이나 늑대를 직접 만나긴 쉽지 않다. 사람의 기척을 알아채고 그것들은 흔적만 남기고 숲속으로 사라진다.


잠복관찰은 다르다. 잠복관찰은 사슴이나 늑대를 쫒지 않고 스스로 사람 앞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관찰이다. 사람이 관찰의 수동적 입장이 될 때, 자연생태계의 넓은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자연의 깊고 적나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잠복관찰의 목적은 자연생태계에 깃들어있는 고유한 패턴형식을 발견하기 위함이다. 추운 겨울 산으로 들어가 깊은 웅덩이를 파고 장시간 들어앉아 자연을 살필 때, 사슴과 늑대 무리는 경계심을 풀고 자연스럽게 사람 눈앞으로 다가온다.

그때 관찰하고 탐구한 사슴과 늑대의 생태적 패턴은 숨 막히는 자연의 비밀을 총체적 흐름으로 직관하고 통찰하게 만든다. 천재성이 충만한 사람의 특징이 무엇인가. 그들이 모두 패턴인식의 대가였다는 사실이다.

예수의 시대가 지난 1세기 중반에 등장한 사도 바울이 지중해 연안 국가를 복음화 할 때 지녔던 영적 직관의 비밀도 바로 ‘패턴관찰력’에서 비롯되었다. 당신은 리더인가. 유사한 패턴이 보여주는 흐름에 주목하라. 그 속에서 바울처럼 하나님의 섭리와 예지를 포착하는 선각자가 되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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