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마디 - 미국의 고질병 총기 사고

2022-07-25 (월)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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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햇동안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로 4만5,2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58.8%인 2만4,292건이 총기를 사용한 자살이었고 37.8%는 총기 살인이었으며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람도 539명에 이른다.

매일 110명 이상의 미국인이 총에 맞아 숨지고 있는 것이다. 하도 총기사고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의 신경도 무디어져서 웬만한 사고는 무덤덤하게 넘겨버린다.

근래들어 총기난사 범인들의 범행 동기도 과거와는 다른 불길한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전에는 직장이나 학교에서 특정인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나 정신 이상자들이 개별적으로 제한 된 장소에서 범행을 저질렀지만 근래에는 반이민 정서와 맞물려 유색인종과 유대인을 혐오하는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범행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유색인종과 이민자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표적으로 정한 후 그곳이 교회이건, 학교이건, 수퍼마켓이건 거리의 광장이건 가리지 않고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총기규제가 논의될 때마다 NRA를 비롯한 총기소지 옹호론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들고 나오는 수정헌법 2조는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되어있다. 즉 총기 소지를 ‘국민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정헌법 2조는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법치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아 별도의 민병대를 필요로 했던 독립전쟁 당시나 서부개척 시대에나 필요한 조항이다.
총기난사 사태의 근본적인 방지책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민간인들이 총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방안이 논의될 때마다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방법만 제시될 뿐 총기소지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논의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총기소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라는 군대가 지켜주고 치안은 경찰이 유지해 주는데 굳이 민간인이 총기를 소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민간인들이 총기를 갖지 못하게 하면 경찰관들도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교통단속에 걸린 운전자의 행동이 미심쩍다는 이유로 마구 총격을 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민간인 총기소지를 금하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 대만, 영국 등 국가에서는 총기사고가 거의 전무하지 않은가.

미국의 건국이념인 독립선언서에도 명시되어있듯이 인간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은 조물주로부터 부여받은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수정헌법 2조의 총기소지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간의 생명권이며 행복추구권이다. 인간의 생명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인 총기소지를 금하지 않는 한 미국의 총기난사 비극은 막을 수가 없으며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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