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사이드 - 취임덕 엔트로피

2022-07-20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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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즉 열에너지를 설명하는 학문에서 제1법칙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다. 에너지가 빠지면 형태만 바뀌면서 어딘가로 새어나가겠지만 결국 돌고 돌아온다는 말인 듯하다.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은 만물은 서서히 무질서가 자연적으로 상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질서가 있는 상태로부터 무질서의 상태로 점차 변해가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우주의 무질서는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생물이나 화학 뿐 아니라 경제, 사회, 정치 등 인간사 모든 부문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자연법칙이다. 다시 말해 국가 전체나 어느 작은 구멍가게, 회사 생태계에서도 전체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말. 요즘처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매일같이 피부로 느끼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요새 한국 뉴스를 보면서도 느끼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덕’이라는 신조어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취임하자마자 레임덕이 되었다는 소리인 듯하다.

요즈음 한국 정계에서 보면 ‘윤핵관’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이는 대통령이 선출되기도 전에 서로 권력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면서 여당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싸우는 자들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아직도 여소야대인 한국 정치판, 소수여당 자기네들끼리 다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인다. 그러니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 부정이 긍정보다 높은, 이른바 ‘데드크로스’ 결과가 나타났다. 리얼미터라는 곳에서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임 10주차 윤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를 보면 66.3%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권은 마땅한 인재가 없는지 이번에 음주운전 처벌자를 교육부장관에 임명해버렸다. 대통령이 온통 윤핵관에 둘러싸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걱정된다는 우려의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한국 정치권에는 정말 인물이 없는 것일까.

일본은 아베 저격사건 이후 집권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그 여파를 몰아 전쟁 가능한 정상국가 합법화를 위한 개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현실을 현 정권은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모르겠다. 윤 대통령의 행정경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하다못해 구청장이나 군수 혹은 국회의원, 행정부 장관 한번 해보지 못한 입장이다. 그렇다 보니 우선 민심을 별로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의 국민들이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아마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정당한 심판을 원했을 것이다.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게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이대로라면 지지율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환율과 금리까지 IMF 위기 때처럼 또 힘들어진다면 그 결말은 더욱 걱정이다.


모든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보니 현 정권은 국정 수행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국민들의 신경은 날카롭다. 대통령이 걷는 자세와 말할 때의 표정을 놓고 좀 더 진지하게 해달라는 주문까지 있다. 또 대통령은 5년짜리 계약직 권력이니 그걸로 국민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 대통령보다 부인 김건희씨의 패션이 더 노출되는 것이 싫다라는 말도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도 국기문란이라는 명분으로 강제 퇴임시킨 나라이다. 한국은 남북이 대치된 특수 상황에다 국민의 의견이 늘 반반으로 갈라져 대통령직을 수행하기가 매우 힘든 나라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고 했는데 결국 탄핵 위기까지 갔었다. 대통령이 국민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국정수행을 원만하게 하기 어렵다. 민심이 천심이기 때문이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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