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 - 모여라 함께 달리자

2022-07-12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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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ether(함께 가자)가 민주주의의 힘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가 통일 표어였다. 사람들의 모임을 사회자본이라고 한다. 민주주의의 발달은 사회자본이 기본이다. 흩어지는 현상이 현대의 위기이다. 그래서 공산주의 사회는 자주 모이게 하고 행렬을 하여 단결을 촉구한다.

미국의 전통적인 모임은 교회 성당 적십자사 보이스카웃 걸스카웃 유대인의 시나고그(회당)등이다. 이 모든 모임이 급격한 퇴조를 보이고 있다. 개인주의의 발달 때문에 모임이 시들고 있는 것이다. 교회도 모임의 효율을 위하여 선교회 구역회(속회) 학생회 주일학교 등을 조직하였으나 교회 역시 힘을 잃고 있다.

미국인은 본래 모이기를 좋아하였다. 서부영화를 보면 서쪽으로 개척하면서 새 마을을 세우면 반드시 교회를 먼저 세웠다. 일요일 오전은 모든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오후는 다시 농토로 나가 일을 하였다.


미국을 개척한 청교도 (Puritan)들도 예배와 노동을 집단적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여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일하였다. 미국인의 조상은 노동과 예배를 겸행하는 집단이었던 것이다.

신학자 콜린 윌리엄즈(Collin Williams)는 교회라는 집단은 세상 속에 들어가 빛이 되고 소금이 되는 것이 본래 예수가 꿈꾸었던 모임이라고 지적하였다. 교회가 커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세상 속에 들어가 감화를 일으키는 것이 목적임을 말한다.

모여서 재미있게 지내자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힘을 얻고 세상 속에 들어가 빛을 전파하자는 것이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라는 말이다.

많은 것, 큰 것이 좋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나와 한 직장에서 일하던 미국 선교사 친구는 광화문 육교에 앉아있는 거지들에게 날마다 약간의 돈을 주었다. 금액은 별 것 아니지만 그 정성이 믿음을 생활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교회가 모여서 믿음의 힘을 비축하면 그것이 생활에 옮겨져야 모임의 의미가 있다.

나는 한동안 운동하는 모임에 나갔다. 운동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자극도 되고 재미도 있다. 심리학에는 그룹 테라피(Theraphy)라는 것이 있다. 집단행동을 통하여 치료를 받는 방법이다.

내 친구는 소방관이란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 “왜 돈도 받지 않고 그런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여럿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많은 배움이 된다’고 대답한다. 동거동락(同居同樂)이란 말이 있는데 함께 살며 함께 즐긴다는 뜻이다. 함께 해야 즐겁다.

나는 몹시 추운 날 밤 38선을 넘어 남쪽으로 탈출한 경험이 있다. 혼자는 불가능하다. 일곱 명의 민주 동지가 있어 가능했던 대모험이었다. 우리는 함께 달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혼자 달리려고 하지 말고 함께 달려라. Together! 그렇다, 함께 달리자

미국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실험장과도 같다. 백인 흑인 그리고 동양인처럼 누런 피부를 가진 사람들 즉 피부의 색깔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산다. 특히 흑백 갈등이 심한 나라였다. 이런 곳이기에 함께 사는 슬기가 더 필요하다. 백인들과 교회당을 함께 쓰는 생활도 해 보았지만 모든 문제를 극복하며 충분히 함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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