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 나무의 일생

2022-07-08 (금)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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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해돋는 태양을 기다리며
한결같은 하루를 시작하는 나무다
한 순간이라도 이름 두 자 초심을
나는 결코 잊는 일이 없다

태양의 폭염아래 서있건
우천의 폭우 속에 서서 젖건
혹한의 광풍에 벌거숭이 되었건
나는 잊었다

태초이래 한결같은 망각 속에서
시작도 끝도 없는 나의 침묵은
나는 나에게서 존재를 느낄 뿐이다


갈파하는 자의 곡학아세
세상이 천도시야비야 한다니
말로 못 할 말이 없는 이론
나는 말잔치 믿지 않는다

나의 길은 무성한 록색잎 나무숲 되어
생명의 양식을 내 스스로
나는 너그러이 드리는 일 밖에

또 다른 계절이 오면
누구에게 감사 받을 생각도 없이
나는 나에게서 황혼을 느낄 때
나는 무심처 찾아 갈 뿐이다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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