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 도화지 한 장

2022-07-06 (수)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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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오면서/ 누구나 가지고 나오는/ 도화지 한 장/ 누구는 낙서만 하다 그냥 버리고/ 누구는 잘못 그렸다 구겨 버리고/ 누구는 한 귀퉁이 긁적거리다 말고 / 누구는 의미 없는 미완성으로 끝내고/
어떤 이는 크고 좋은 도화지 받고서도/ 나태와 쾌락에 빠져 그림을 망치고 / 어떤 이는 작고 초라한 도화지라도 / 근면과 성실로 걸작을 남긴다./

인생은 도화지 한 장 인가.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면서 인생 도화지 한 장씩 가지고 나온다. 넉넉한 부모에게서 태어나거나 가난한 부모에게서 나오거나 또한 좋은 머리를 가졌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각자의 시작일 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받아 든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세대는 일년이 다르게 급변해가고 있다. 크고 좋은 도화지를 받았어도 배움을 게을리 하면 낙후될 것이고 작고 초라한 도화지를 가지고서도 학습에 열심이면 좋은 그림의 바탕을 준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성년이 되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그림을 그려야 할 때가 온다. 직업의 선택은 그 사람의 일생을 숙명적으로 묶어 버린다. 머리로 살 것인지 몸으로 살 것인지 중요한 갈림길이 된다. 자기 능력과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은 어색한 옷처럼 늘 불편할 것이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극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성년이 되어 다음으로 그려야 할 그림은 결혼이다. 결혼은 행복에 대한 약속이며 서로에 대한 배려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건강과 안정된 수입이 중요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나치게 돈의 추종자가 되었다. ‘갈브레이스’는 그의 저서 ‘불확성 시대’ 에서 ‘화폐는 독특한 성격이 있다. 최대 즐거움의 원천으로는 사랑과 같고 최대 근심거리로는 죽음과 같다’ 고 했다. 돈이 잘못 쓰여지는 해악을 경계 했을 것이다.

우리의 마지막 그림은 노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다. 잘 먹고 좋은 의료 혜택으로 오래 사는 시대가 되었다. 그려야 할 도화지의 여백이 그만큼 많아졌다.

욕심 덜 부리고 건강을 챙기고 가족과 이웃들과 화목하게 지내어 스트레스 덜 받고 사는 것이 중요 할 것이다. 노년은 일에서 해방되어 많은 여유 시간을 갖는다. 자기가 평생 하고 싶었던 좋아 하는 것을 하면 멋들어진 그림을 완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노년에 마지막으로 그려야 할 그림은 신앙생활을 갖는 것이다. 종교생활의 실천은 이 땅에서부터 천국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이 괜찮으십니까.

<나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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