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정어리가 무리를 짓는 이유’

2022-07-05 (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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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는 몇 만 마리로 이루어진 큰 무리를 지어 산다. 최근에는 대형 수족관에서도 거대한 정어리 무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먹이를 주면 무리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큰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일명 ‘정어리 토네이도’로 수족관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수족관에 사는 정어리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무리를 짓지 않는다고 한다. 수족관에는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어리가 천적에 대항하기 위해 무리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아름다운 약자들’ 중에서)

약자가 천적을 피하는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군집 협력이다. 히말라야 산맥을 횡단하는 줄기러기는 ‘V’ 자 형태로 몇 천 마일을 쉬지 않고 비행한다. ’하나는 전체를 위한다는 공동체 정신‘으로 특이한 편대는 형성된다.


선두에는 젊은 청년 줄기러기가 자리 잡는다. 그 뒤에는 노약자와 어린아이가 따른다. 맨 뒤에는 경험이 많은 부모 세대가 뒤따르면서 방향을 지시한다.

맨 앞에 선 젊은이들이 일으킨 바람은 부력(浮力) 에너지로 변화되어 뒤따라오는 노약자와 어린이에게 전달된다. 상호 협력의 영향으로 평균 25%의 에너지를 절약한다. 세찬 앞바람을 맞으며 날아가는 젊은 줄기러기는 에너지 분배를 위해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면서 날아간다. 협력 스위치가 천애의 히말라야 횡단의 비밀이다.

왜 회색 늑대 무리에게는 내부 반란이나 이기주의자가 없을까. 왜 혹독한 추위가 닥쳐오면 야생동물의 위계질서는 더 확고해지는 것일까. 왜 사슴이나 영양 같이 기사도 정신이 풍부한 동물은 이 세상에서 계속 번창하는 것일까. 이들이 강한 포식자 앞에서 협력의 정신으로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정치적 동화의 신흥 세력으로 굴기하는 페르시아 제국 치하에서 약소 포로 민족 이스라엘은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종교적 협력’의 힘이다. 느헤미야와 에스라는 새로 편찬한 신명기를 동족에게 널리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 소식을 듣고 백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신명기 말씀이 고향의 언어 아람어로 낭독되었다. 그 순간 이스라엘 백성은 회개했고 뜨거운 가슴으로 하나가 되었다. ‘종교적 초사회성’으로 포로기(捕虜期)의 유다 민족은 새롭게 탄생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F. List)는 말했다. “종교적 부흥 없이 경제적 부흥도 없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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