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생각 - 흥정

2022-06-29 (수)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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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속에 들어가면 햇살이 가려질 정도로 초록 잎사귀가 왕성하다. 싱싱한 초록의 힘이 전해진 몸도 더불어 힘이 난다. 자연 속에 안긴 마음이 편안하다. 멀리 나가지 않더라도 거의 어디서나 6월의 진초록을 느낄 수 있는 요즈음이다. 6월의 풍성함에 기대어 구차한 일상의 일들도 편안하고 풍성하게 해결되었으면,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생각처럼 마음처럼 뜻대로 안되는 일이 있다.

사는 일은 늘 타협하고 선택하는 손익의 선상에서 갈등 한다. 아무리 복잡해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음을 터득했다. ‘그래 좀 손해 보면 되지’라는 속엣말 하며 결단하기까지는 마음앓이를 한 뒤다.

마음 상하는 것보다 손해를 감수하는 흥정이 결국 더 나은 선택임을 깨닫는다. 크고 작은 일에 늘 되풀이하는 자신의 그런 마음을 보면서 속으로 웃는다. 큰일이라 함은 큰 손해가, 작은 일은 작은 손해에 속해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일지라도 냉정하게 큰 틀에서 보면 그렇다.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인간의 얄팍함, 뻔뻔함, 비굴함, 이중성 등등을 느낀다. 선하고 진실한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가슴으로 느낀다. 그런 분들이 주위에 많음은 행운이다.

크고 작은 흥정의 파도 타는 것이 인생살이라면 삭막해 보인다. 부부 사이,자식 사이, 형제자매 사이, 친구 사이, 직장동료 사이...등등. 내밀한 속사정 감정을 포장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까 한다.

삶의 현장에서 그래도 흥정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무엇인가 이루기 위한 염원은 기도로 흥정한다. ‘지상에서 헌금 한 것 몇십 배, 몇백 배로 하늘에 저축된다’는 얘기는 역으로 ’그럼 빚을 내서라도 내야 하는 것’으로 흥정의 최고봉이다.

살아가는 길목에 서성이는 흥정을 얘기하는 마음에 웃음이 사라짐을 느낀다. 아니 그렇지 않는 관계도 많음을 일깨워준다.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며 가슴에 따뜻함이 차오른다.

자신의 일상과 무관하고 이익과 관계없는 일에 후원하는 일은 흥정이 끼어들지 않는다. 며칠 전 버지니아에서 친지의 건강을 위해 기도 해달라며 거금을 보내왔다. 본인의 생활도 녹녹치 않은 상황인데. ‘언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요. 온전히 00를 위해 봉헌합니다. 부탁 드립니다. 언니의 기도를 원해요’ 그녀의 순수한 마음이 전해온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녀 건강 위해 쉼 없는 기도하는 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태온 것이다. ‘언니 방송을 통해 기도의 여운이 전파를 타고 우주에서 밝고 맑은 에너지가 00에게 쏟아 부어지길 바래요.’

그녀가 보내온 기도비는 내마음에 무거운 돌멩이를 달아놓았다. 낮이고 밤이고 자나깨나 친지 생각하는 그녀가 함께한다. 돌멩이 밑으로 눈물이 흐른다. 생.노.병.사. 변화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 매순간 깨어있는 마음에 그녀 염원의 마음이 함께 담겼다.

살아있음은 몸을 구성하는 수억 개의 세포가 제 역활을 하고 있음이다. 그러다 빗나간 세포의 반란은 병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모든 생명체들이 편안하기를 기도한다. 우리 삶의 부분 부분에 침범하는 불가사의한 불이익 어떻게 흥정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인생은 흥정이 아니라 감싸고 안아주고 함께 아퍄하는 사랑임을...눈물이 흐른다.
‘스텔라, 아름다운 우정의 기도 당연히 하고 있어요.’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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