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 여읨과 고통 (Bereavement & Grief)

2022-06-29 (수) 김광석/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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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다. 고국을 떠나 새로운 땅에 자리를 잡고 부지런히 살다보니 아이들은 장성하고 부부만 살다가, 한쪽이 세상을 떠나면, 남아있는 사람에겐 어려운 시간이 다가온다. 영어로 Bereavement(여읨), Grief(고통)이 함께 찾아온다.

그 기간이 사람마다 그 사람의 배경과 조건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는데, 6주나 8주 정도에 좀 나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6개월에서 4년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문화적으로 볼 때,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인들이 타 종교인들보다 죽음을 내세로 연결하여 이별에 따르는 고통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혼자 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에 던져지는 느낌.


돌아가신 분이 천수를 다하거나, 치유기간이 있어서 죽음을 준비한 경우라면 그 충격이 부드러울 수 있지만, 갑자기 돌아가시거나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던 경우의 사별은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이 임종을 맞는다고 할 때, 그 떠난다는 사실을 거부한다. 막상 떠나버리면 슬픔뿐 아니라 일종의 분노도 치밀어 오는 것도 느낀다.

Elizabeth Kubler-Ross는 고통의 과정을 다섯 개의 단계로 분석했는데, 거부, 분노, 떠난 현실에 대한 타협, 우울증, 그리고 상실을 현실로 받아들인다고 설명을 하는데, 개인마다 느낌의 범위와 순서는 다를 수 있지만 대개 최소 2개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의 경우엔 특정단계를 수년에 걸쳐 또는 여생동안 다시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 요인들과 상실에서 야기되는 부정적인 요인들이 연결될 때, 비통함과 정서적 고통, 죄책감, 공허감과 절망감, 망자와의 만남에 대한 연민, 망자의 죽음에 연결된 조건과 상황들에 몰입, 망자와의 좋았던 기억을 연상하기 어려움, 망자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일이나 물건으로부터 회피, 정체성의 소멸감,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스스로 소외됨, 개인적인 흥미나 계획으로부터 무감각해짐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이러한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될 때, Margaret Stroebe & Hand Schut는 삶의 형태가 바뀌고, 일상으로 부터의 일탈, 타인들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 일상활동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본래의 자신을 재상실한다고 하며, 두 번 째의 상실을 경고하고 있다.

상실로 인한 변화된 삶을 이제 내것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일상을 점차적으로 숙성시켜 가는 것이 수월한 일은 아니다. 깊은 비애와 정서적 고통이 스트레스와 복합될 때, 심장이 멎는 듯한 통증, broken Heart Syndrome도 경험하게 하는데, 이것은 심장병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의 고통이며, 그 고통은 제3자들에겐 이해될 수 없기에 혼자서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Bereavement services는 살아있는 배우자나 가족들이 상실로부터 오는 고통을 완화하며 빠르고 안정된 회복을 돕고 있다. 스스로 회복하기 어려울 때, 만나보면 매우 도움이 되는 서비스이다. 이 중간 정도에서 친지들과 사회로부터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외되지 않도록 지인들이 만나고, 시니어센터나 시니어클럽에 참여하도록 격려하는 것 등은 크게 도움이 된다.

이러한 도움이 지연될수록 회복의 시간이 지연될 것이다. 코비드로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린 분들이 많다. 코비드가 아니더라도 모든 인간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나의 친지가 지인이 가족이나 배우자를 여의고 고통 중에 있는 시간이라면,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마음을 나누어야겠다. 6월이 가기 전에.

<김광석/한미헤리티지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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