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만사-싸움은 죄악이다

2022-06-14 (화)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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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상잔(同族相殘)은 가장 누추하다. 동물도 같은 동류끼리 싸우기는 하지만 결코 죽이지는 않는다. 동족끼리 싸우고 죽이는 것은 사람뿐이다. 72년 전에 한국전쟁이 있었다. 한국군 미국군 북한군 중공군 기타 세계 16개국이 직접 간접으로 참가하여 서민과 군인을 합하면 약 25만 명이 좁은 땅에서 죽었다. 부상자 불구자가 된 인원을 합하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수천 채의 건물이 파괴되었는데 그 손실 액수까지를 따지면 어마어마하다. 싸움은 죄악이다. 성경은 “싸움이 있는 곳에 모든 악한 일이 생긴다”(야고보서3:18)고 하였다.

왜 싸우는가? 사람이 싸우는 것은 영토 확장이나 영토 방어를 위해서다. 동물이 싸우는 것은 먹이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이다. 모두 동기가 시시하다. 공산주의 국가들이 참략전쟁을 일으킨 것은 자기들의 사상이 천국을 이룩하는 것임을 믿기 때문에 그 사상을 확대 시키기 위한 도발이었다.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같은 맥락이다. 영토전을 넘어 사상전을 일삼아 온 것이 공산주의 국가들의 역사였다.

평화시도 각국은 군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군은 자신들의 군비가 얼마나 큰 지를 세계에 보이기 위하여 가끔 군비 행렬을 하고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다. 나라들이 군사동맹을 맺는 것도 상대가 도발하지 못하도록 위협을 주기 위해서이다. 이런 긴장 속에 평화를 유지한다. 살얼음을 건너는 것과 같은 위태로운 상황 속에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동서 독일이 분리되었을 때 그 중간에 장벽을 쌓았던 것을 기억한다. 시멘트 장벽이 동족을 영구히 갈라 놓을 수가 있겠는가!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공연히 땅을 못 쓰고 있는 것이다. 독일도 베트남도 모두 통일을 하고 잘 살고 있는데 왜 한국만은 통일이 안 될까?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가 아니라 독재 왕국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왕권을 한 집안이 대대로 물려나가기 위해서이다. 소련도 중국도 사회주의에서 벗어나 왕국이 되어 있다. 국민을 세계에서 폐쇄하고 공산주의 확대가 곧 천국 건설임을 믿게 하여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다.

싸움의 시작은 오해이다. 오해가 미움을 낳고 미움이 싸움을 낳는다. 그 반대가 이해의 사이클이다. 이해하면 사랑을 낳고 사랑하면 평화를 낳는다. 갑자기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해하면 저절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저절로 평화가 온다. 따라서 싸움을 조장시키려면 오해를 만들면 된다. 반대로 평화를 만들려면 먼저 이해를 축구하여야 한다. 이것이 평화의 방정식(方程式)이다.

내가 눈물을 흘리며 읽은 책은 프린트물이었다. 책방에서 살 수 있는 책이 아니고 어떤 사람이 손으로 써서 책을 만든 조잡한 책이었다. 그것은 전쟁 중 거제리 포로 수용소에서 생긴 일이다. 김씨라고만 불린 한 포로가 다른 포로들을 열심히 돕는다. 병자를 돌보고 심부름을 해주고 무엇이든 도와주며 뛰어다닌다. 다른 포로들도 그를 ‘수용소의 천사’라고 불렀다. 포로 중에는 공산주의에 젖은 자도 있으나 많이는 강제로 인민군에 편입된 자들이었다. 이런 민주 포로들을 이 승만 대통령이 미군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석방시켰다. 그러나 수용소의 천사는 석방의 소식만 듣고 죽는다. 이미 그의 병세는 악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나운 전쟁 속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이었다.

스스로의 욕심으로 전쟁을 도발하는 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악마이다. 서로 죽이는 전쟁은 죄악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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