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생각 - 새총과 어린 시절, 광란의 총기 사고

2022-06-06 (월) 육흥성/뉴저지 팰팍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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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 버팔로의 수퍼마켓에서 방탄복을 입고 난입한 총격범에 의해서 무차별한 총격으로 10여 명이 사망해 많은 이들이 슬픔에 빠졌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5월 25일 텍사스의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어린 학생 19명과 선생님 2명이 죽었다.

아무 잘못도 없고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고 부조리하게 떼죽음을 당하는 비극을 보고 있으니 나의 어린시절 새 총을 갖고 놀던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나도 총을 가지고 다닌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사람에게는 총을 쏘지는 않았다.

총이라고 하니 약간 의아하게 생각 할 것이다. 총이라고 해야 고작 참새 잡는 고무줄총이다. ‘Y’자와 비슷한 나뭇가지의 윗부분의 양끝에 고무줄을 묶고 밑부분을 잡고서 사용하는 나의 최고의 총이었다. 작은 돌멩이를 총알 삼아서 참새한테 한 발씩 발사하는 고무줄 총이다. 나무 사이에서 참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나면 참새를 찾아 정조준한 후 한발씩 쏘았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가끔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고무줄 총을 쏘려고 정조준 하는 것을 본 참새들은 나를 보고 무어라고 지껄이며 날아갔을까

“얘들아, 총잡이 왔다. 빨리 도망가. “ 라고 외치며 날아갔겠지. 그래도 참새들한테는 무서운 총잡이였다. 총기 사고를 보면서 내가 참새들 한테 고무줄 총을 쏜 기억에 약간은 씁쓸해진다.

총기는 꼭 필요한가. 인간이 인간에 의해서 하나뿐인 생명이 이유도 모른 채 총격범에 의해서 죽어 간다. 슬프다고 울고 추모한다고 꽃 바치고 다 허무한 것뿐이다. 죽은 자는 말없이 그냥 우리 곁을 떠날 뿐이다. 요사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에서 미사일 및 대포로 건물이 파괴되고 민간인과 군인들이 죽는 모습에 더욱 총기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다.

40여년 전 일본 히로시마 원폭기념관을 구경한 기억이 난다.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는 원폭자료 보존회 발행 팜플렛을 다시 꺼내서 본다. 히로시마 시가지 전체가 정말로 쑥대밭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원폭 중심지의 반경 2키로미터 내에서 약 10만여명이 재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 졌다고 한다. 원자폭탄이 폭발 순간 중심 온도가 섭씨 5,000도라고 한다. 멀리 떨어진 어느 개천에는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사람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원폭 중심지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의 석상의 얼굴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어느 곳에서의 전시동원 학생 도시락과 물통인데 도시락속의 밥은 타서 숯으로 변했고 알루미늄으로 된 물통은 녹아서 찌그러져 있다.
총기를 없앨 방법은 없는가. 총기 사고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심정으로 생각하면 무엇인가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버팔로 총격범의 얼굴과 텍사스의 총격범의 얼굴 모습이 거의 비슷해 보여서 섬뜩 했다. 인성이 문제는 아닌가. 총기를 없애지 못하면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은 없나. 아무 이유도 모르고 아무 잘못도 없이 총격범에 의해서 죽어가는 것이 나에게도 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주위를 뒤돌아본다.

<육흥성/뉴저지 팰팍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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