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시안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모험이다. 아시안은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다른 인종에 비해 숫적으로 워낙 열세인데다가 언어장벽과 문화적 이질감도 높은 편이어서 종종 혐오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힘이 약하고 영어를 못해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는 아시안 여성과 노약자들은 인종차별자들이 만만하게 선호하는 타겟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단지 아시안이란 이유때문에 욕설과 함께 침을 뱉거나 플랫홈에서 밀어 떨어뜨리기도 하고 마구 때리고 흉기를 휘둘러 살인까지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아시안 혐오범죄는 팬데믹 발생 초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쿵플루’ 라는 말을 써가며 아시안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며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흑인이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백인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받아온 흑인들은 누구보다도 인종차별의 서러움을 많이 겪어보고 그것이 얼마나 부도덕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 텐데도 오히려 백인들보다도 더 동양인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시어미에게 매맞은 며느리가 강아지를 발로 걷어차듯이 엉뚱한 아시안에게 그들의 한풀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흑인들이 아시안을 차별하는 순간 그들이 내세우는 BLM(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슬로건은 빛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은 동양인을 차별하면서 어떻게 백인들에게 흑인차별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역사적으로 네오나치, 스킨헤드, KKK 등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일부 극우 정치인들은 노골적이고 조직적으로 인종차별을 자행해왔다. 그들이 신봉하는 이른바 ‘대교체 이론(Great Replacement Theory)’에 의하면 유대인 엘리트들이 백인 구성비를 낮추기 위해 계획적으로 인종구성 비율을 조작하고 있으며 인종간의 혼혈 조장으로 궁극적으로 백인종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백인종을 지키기 위하여서는 이민에 반대하고 유색인종과 싸워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면서 폭력 사용까지 정당화 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타인종에 대해 극단적인 편견과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도 분명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인종차별주의자들과 맞닥뜨렸을 때에는 재빨리 도망쳐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소리쳐 주변의 도움을 청해야 할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고 주변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몇 초, 몇 분의 시간을 벌기 위하여서는 상대방의 공격에 맞대응 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힘이 약한 여성이라고 해도 주먹과 팔꿈치와 발, 다리 등을 무기로 사용해서 상대방의 명치, 옆구리, 눈, 사타구니 등 급소를 가격하면 뜻밖의 공격에 범인은 당황하게 되고 그 틈을 타서 도망치던가 신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 유도, 권투 같은 호신무술을 익히는 것도 방법이고 옛날 우리 여인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몸에 지녔던 은장도 같은 작은 칼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도 유사시를 대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당해야 한다. 우리 한인들도 미국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며 우리의 언어와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미국 땅에 살며 조국과 미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잊어서는 안된다. 분명한 것은 기회의 나라,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설 땅은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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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