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 ‘흔들면 새 질서가 열린다’

2022-05-16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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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차에 무거운 감자부대 싣는다고 불평하거나 꺼리지 말라. 감자부대를 싣고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가노라면 큰 감자는 저절로 위로 올라오고 작은 감자는 밑으로 내려간다. 마차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면서 감자부대를 사정없이 흔들면서 스스로 일을 해 준다. 흔들림을 잘 참아내라. 의외의 새 질서는 요동하고 부딪치는 동안 형성된다.
‘소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 이론의 창시자 일리야 프리소진(Ilya Prigogine)은 말했다. ‘분기점 근처의 흔들림, 비선형 상황, 불안정, 우연의 충돌, 반복적 행동의 축적’ 등은 새 질서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다.‘“
(김창만의 ‘포도나무 리더십’ 중에서)

아브라함의 고향은 메소포타미아의 화려한 문명도시 우르(Ur)이다. 유브라데스강 하류에 위치한 우르는 비옥한 평야를 배경으로 세워진 거대한 상업도시였고 우상종교가 번창했다.

잘 알려진 바벨탑은 남부 메소포타미아에 위치했다.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우르는 아브라함에게 만족한 땅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화려한 문명도시에서 아무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는 아브라함을 홀연히 흔들었다. 하나님은 도시인(都市人)으로 익숙해진 아브라함을 불러내어 가나안 땅에서 낮선 유목민으로 살아가도록 유도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흔드심을 받아드려 우르 땅에서 탈출하자 꿈에도 생각하지도 못하던 새 질서가 열렸다. 메소포타미아에서 태어나 거기서 끝날 인생이 하나님과 언약의 관계를 맺은 하나님의 파트너가 되었다. 믿음과 순종으로 복되게 사는 길을 보여주는 선구자가 되었다.

2000년 6월 10일 런던에선 자랑스러운 밀레니엄 다리 개통식이 열렸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고 날씨는 화창했다. 수많은 런던 시민이 가족동반으로 몰려들어 다리 부근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주재한 개통식이 끝나자 기다리던 군중이 양쪽 다리위로 올라와 걷기 시작했다.

오후 1시쯤 되었을 때다. 다리 양쪽이 20센티미터 간격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찰이 곧 다리 걷기를 중단시켜 흔들림은 진정되었고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당신의 삶에 느슨한 곳은 없는가. 남이 흔들기 전에 스스로 흔들어 보라. 새들도 날기 전에 날개를 털고, 거미는 줄을 팽팽하게 흔들어 달라붙은 이슬을 제거한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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