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론 - 5월은 아시안 태평양계 유산의달

2022-05-13 (금) 김성실/United Women in Faith 인종정의 현장지원팀 한인목회강화협의회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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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아시안태평양계유산의달’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법적 절차 그리고 지니 쥬(Jeanie Jew)라는 중국계 여성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2년, 이 법이 만장일치로 의회를 통과하기 이전에 이미 1968년 9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를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의 공헌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기간으로 정했으며, 1976년 2월부터 2월을 ‘흑인역사의 달’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 흑인역사의 달은 우리가 아시아태평양계유산의달이 제정된 역사를 살펴보기에 앞서, 배워야 할 역사이다. 노예의 아들로 하버드 대학에서 첫 박사학위를 받은 흑인 역사학자 카터 우드손(Carter G Woodson)과 종교 지도자 제시 무어랜드(Jesse E Moorland)는 1915년부터 흑인들의 공적을 기념하기 위한 흑인역사의 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1926년이 되어서야, 노예해방에 기여한 링컨 대통령과 혁혁한 공을 세운 흑인 지도자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생일이 있는 2월 둘째 주를 “흑인 역사의 주(Negro History Week)”로 지정했고, 1967년에 이르러서야 2월 한 달이 흑인역사의 달로 지정되었다.

아시안과 남태평양인들의 업적과 역사를 기념하는 ‘아시안태평양계유산의달’은 1978년 중국계 여성 지니 쥬가 국회의사당 직원으로 일하면서 아시안들의 사회, 경제, 정치적 기여를 기념하고자 당시 뉴욕 하원의원이었던 프랭크 호튼(Frank Horton)에게 건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법안은 14년이 흐른 1992년에야 의회에 상정되었고, 지미 카터 대통령이 5월 첫 주를 아시안유산의 주로 선포한 이후 10년 동안 서서히 발전하여, 5월 한 달 전부를 아시안과 태평양계의 업적과 유산을 기념하는 달이 되었다.

아시안유산의 주로 5월 첫 주를 택했던 이유는 1843년 5월7일 일본인들이 처음 미국에 이주했고, 1869년 5월10일에 완공된 미대륙횡단 철도공사에 투입된 2만여 명의 중국 노동자들의 노고를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지니 쥬의 증조할아버지는 이 역사적인 공사에서 산속에 굴을 뚫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고 터트리는 발파공이었다. 중국인에 대한 의도적인 차별을 넘어 백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비난과 함께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어, 급기야는 1882년 중국인들의 입국을 10년 동안 금지하는 중국인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또한 중국인배척법을 연장하는 법안인 기어리법(Geary Act)의 발의로 이 법의 효력이 10년 더 연장되었고, 이후 수많은 중국인이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한편, 1871년 LA 지역에서는 17명의 중국 남성과 소년들이 이유 없이 살해되는 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다. 하와이와 서부 지역 농장주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던 중국인들을 좀더 값싼 노동력인 일본인으로 대치했고, 그들도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을 불평하자, 농장주들은 그들을 다시 한인(당시 조선인)들로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1903년 첫 한인 이민자 102명이 하와이로 이주하게 된 배경이다.


1965년, 마틴 루터킹 주니어 목사가 인도한 시민권 운동의 영향으로 새로운 이민법이 제정되었고, 그후로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안의 이민이 가능해졌다. 한인들도 대거 이 이민 대열에 참여했다. 미국 내에는 현재 2,220만 명의 아시안들이 살고 있다.

우리는 유색 인종을 박해해온 미국의 역사를 소홀히 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아시안유산의 달을 맞아, 이민역사가 비교적 짧은 한인들은 다른 유색 인종들의 피땀 어린 희생과 도전을 인정하고,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한 이민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인종차별 퇴치를 위해 싸우며, (한인은 물론이고) 아시안들이 미국 사회에 세운 공적들을 찾아내어 주위에 알리고, 함께 축하하며, 그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제공:연합감리교뉴스)

<김성실/United Women in Faith 인종정의 현장지원팀 한인목회강화협의회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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