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칼럼] 미국에서 산다는 것은(2)
2022-05-12 (목)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나는 몸에 이상이 있어 고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40년 전 내가 떠난 고국이 아니었다. 엄청나게 발전되고 미국보다도 실용화된 테크놀리지가 더 발전되어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코로나 여파로 한국에 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었고 비용도 많아 들었다. 그러나 이유는 단 하나 종합검진을 위해서였다. 한 달 전 한국 병원에서 담당하시는 분이 나와 목회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하기에 신청했었다. 미국에서 위와 장에 이상이 있어 더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은 후였다. 문제는 미국에서는 한 달에 적지 않은 보험료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받거나 치료받는 것이 Cover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오래 전에 미국 병원에서 발견하지 못한 간 질환을 한국에서 발견했던 경험을 했던 터라 얼마나 돈이 들지, 검사만 이리저리 수개월을 끄는 것은 아닌지, 정확한 진단이나 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어 나는 무조건 한국에서 검진받기로 작정했다. 유사시 보험이 Cover가 되지 않아도 미국보다 쌀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한국에 도착해 속전속결로 종합검진을 마쳤다. 4시간에 모든 검진이 다 끝났다. 속도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답게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나는 사실 미국 온 지도 오래고 (나의 아내는 더 오래 되었다.) 이제는 한국의 최신 문화에 적응이 잘 안되었던 터라 미국이 훨씬 편하고 아들 딸 손녀들 다 이곳에 있으니 이곳에서 나의 삶을 마쳐야 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최근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 언젠가 한국 TV에서 한국 호스피스에 대한 것이 나와 심각하게 본 적이 있었다. 이미 병원에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호스피스 병동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마지막은 저 곳에 갈 텐데 죽음을 준비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아직 60대인데 무슨 죽음이냐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준비되지 않아 허둥지둥 내 뜻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손에 나의 마지막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또 원치 않는 곳에서 원치 않는 방법으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보험료를 열심히 내어도 중한 병이 들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 현실이다. 아예 수입이 거의 없다면 모를까. 그렇다면 열악한 곳에서 마지막을 맞을 것이다. 나는 샌프란시스코 라구나 혼다라는 양로병원에 성도들의 마지막을 잘 보내주기 위해 사역을 한 적이 있다. 가족도 오지 않고 영어가 불편해도 식사가 맞지 않아도 그곳에서 천국에 가야 한다. 아무리 미국이 좋아도 그렇게 마지막을 맞고 싶지는 않다. 몸과 마음이 약해질수록 한식이 그립고 몸이 아플수록 우리말로 속 시원하게 나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곳에서 죽음을 맞고 싶다. 그렇다면 죽는 때에서 부터 역산하여 10년이 될지 30년이 될 찌 모르지만 지금 나의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잡히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의 살아야 할 길도 그려지는 것 같다. 나는 하나님께 기도한다. 지난 30년의 사역을 책임져 주신 하나님, 나의 남은 생명이 언제까지일 줄은 모르지만 보람 있게 살게 하소서. 솔로몬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누려보았으나 헛되다고 한 것에서 교훈을 얻어 악착같이 삶에 성공하리라 집착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하나님 주신 분복을 기쁨으로 누리며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겠습니다. 유언장도 써 놓겠습니다. 한국에 나가서 살 길도, 내가 봉사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겠습니다. 나를 인도해 주옵소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은 젊고 힘이 있고 의욕이 있을 때이다. 나이 들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특히 우리 한인들에게는. 나는 장래에 욕심내지 않고 현명하게 하나님 앞에 떳떳하게 살고자 한다. 자식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내가 할 일을 내가 깨끗하게 마무리 지으려 한다. 지금으로서는 은퇴 후 미국보다는 한국이 나을 것 같다. 나는 한국에 있는 동안 동해안과 서해안을 일주해 보았다. 아름다운 강산이었다. 나무 많고 가는 곳마다 깨끗했다. 나는 남은 생애를 조국에서 살련다. 아들과 딸아 나를 보려면 비행기 값 내고 찾아오너라. 대가를 지불하고 와서 내 얼굴을 보아라. 너희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전능하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뿐 이다. 나는 그렇게 하련다. 미국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